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최고 명물은 '금문교(Golden Gate Bridge)'다. 1937년 완공된 이 현수교는 미국 토목학회가 7대 불가사의로 꼽을 만큼 난공사 끝에 완성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의 하나다. 금문교의 유명세에는 역설적으로 자살의 명소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거센 조류와 짙은 안개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마저 자아내는 이곳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 1995년에 자살자 1천 명 돌파를 비롯, 지금까지 모두 1천 300여 명이 이 다리에서 생을 마쳤다 한다.
프랑스 파리의 명소 에펠탑도 완공 이후 2004년 현재까지 380여 명이 뛰어내려 '자살자의 탑'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름 위의 다리'라 불리는, 가장 높은 곳이 343m나 되는 프랑스의 '밀라우 비아덕' 다리(일명 미요교) 또한 새로운 자살 명소로 등장할 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개의 다리가 있는 한강이 자살 다발 현장이다. 유속이 빠른 한남대교에서 특히 심각하다. 오죽하면 자살방지를 위해 전경이 하루종일 긴 다리를 오가며 순찰할까.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듯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가 심각하다.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 국회 보건복지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 2천968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5.5명. 지난 2002년 이후 1만 3천 명대를 넘어섰던 때보다는 아주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숫자다.
지난 5년간 통계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60세 이상 연령층의 자살이 전체의 30.3%를 차지, 가장 많다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서 고독과 질병, 빈곤 등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02년에 비해 남성 자살자가 1천여 명 줄어든 반면 여성 자살자 수는 500여 명 늘어났다. 여성들이 겪는 삶의 피로, 소외감이 갈수록 커지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지난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살게 됐는데 생을 포기하는 사람은 급증하고 있다. 모진 고생도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끈질기게 이겨냈던 과거와 너무도 달라진 지금이 안타깝다. 생활수준은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른바 逆境(역경)극복지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음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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