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지는 계절이 왔다. 조금만 지나면 산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을 터.
눈이 시리도록 화려한 계절. 산이 좋은 곳으로 달려가 보자. 어디가 좋겠느냐고? 때묻지 않은 고장 봉화·울진. 이 동네 산은 당신을 위해 '가을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봉화 청량산(淸凉山)
한낮 열기가 아직은 여름이건만, 청량산은 이미 가을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청량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산에 발을 들여놓았다. 몇 발짝을 떼지 않아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청량산은 봉화군 재산면과 명호면을 넘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까지 뻗어 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 모습이 이채롭다. 그래서 예로부터 작은 금강산이라 이름 붙여졌다.
청량산 휴게소 아래 입석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데 노송이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주봉우리인 장인봉 정상에 오르면 낙동강과 청량산 줄기 구석구석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장인봉을 보고 내려오는 데는 5시간짜리 코스와 6시간 코스, 2가지가 있다. 도립공원이라 안내가 잘돼 있고, 화장실 등 부대시설도 깨끗하다.
차를 댈 수 있는 곳에서 약 30분만 오르면 빽빽한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 잡은 고찰이 눈에 들어온다. 청량사.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터를 만들었다. 신라 문무왕 3년(663),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곳.
창건 당시 승당 등 33개의 부속 건물을 갖추었던 대사찰이었다는데 조선시대 이후 불교 억압 정책에 따라 여러 건물이 없어지면서 현재는 '대찰'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아름답기 그지없으니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울진 불영계곡
5, 6시간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어? 그렇다면 차로 산골짜기를 둘러볼 수 있다. 한국의 그랜드캐넌이라 불리는 곳, 불영계곡.
이곳엔 대협곡이 펼쳐져 있다.
통고산~진조산~백병산에 이르는 낙동정맥 명산에서 발원, 동해로 흐르는 길이 약 40㎞의 소하천인 불영천이 만들어낸 계곡이다.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서 서면 하원리까지 15㎞에 이르는 구간은 1979년에 이미 명승 제6호로 지정됐다.
대동여지도에도 나온다. 대동여지도는 이곳에 비단 금(錦)자를 달아 금계천(錦溪川)이라 했다.
지표면에서 U자형으로 움푹 패어 내려간 깊은 계곡. 계곡을 이루는 암질이 다소 무르고 물흐름이 급격해 불영천은 움푹 꺼져 들어간 듯한 독특한 지형을 이뤄놨다.
물에서부터 아스팔트 도로변까지 높이가 70~80m에 이르는 곳이 많고, 대개는 내려다보기 두려울 만큼 아찔하다. 심한 굽돌이가 무수히 반복되는 곳.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유명 계곡을 크게 확대해둔 듯한 절경의 연속이다.
차를 많이 탔으니 약간은 걸어도 좋겠다. 천축산 골짜기에 있는 불영사를 찾아보자. 651년 신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차를 주차장에 대고 경내로 오르는 길에서 옆으로 계곡을 볼 수 있다.
심한 비라도 내려 계곡이 넘치면 어쩌냐고? 불영사가 자리한 곳은 그야말로 절묘함 그 자체다. 물의 위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둔덕이지만 깊은 협곡 안.
법당까지 오가는 길의 엄청난 고목 숲길은 편안함을 준다. 비구니 스님들이 계시는 곳이라 정갈하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봉화 닭실마을
산을 아우르며 호연지기를 길렀다면 나들이의 마무리는 고풍스런 전통 마을로 잡아보자.
봉화 닭실마을은 '한과 마을'로 잘 알려져 있는데 500여 년 동안 한과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조선 중종 때 재상이었던 충재 권벌의 종택이 이곳에 터를 잡은 뒤 제사를 모시면서부터 한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한과는 찹쌀 반죽에 멥쌀 가루를 입혀 튀긴 뒤, 조청을 입히고 깨, 강정, 튀밥 등을 박아 만든다. 이 마을에서는 순수 국내산 재료만 사용, 전통적인 방법대로 한과를 만들어 전통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다.
종택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울창한 소나무숲에 싸인 석천계곡이 있다. 권벌의 장자 권동보가 지은 석천정사가 있어 계곡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충재 종택과 청암정, 석천계곡으로 이어지는 닭실마을의 경관은 명승 및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이번 주 여행코스: 동해 추암해변-울진 불영계곡-망양정-봉화 청량산-닭실마을
*'어서 오이소' 다음 주(15, 16일) 코스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찰 기행-직지사 템플스테이' 편입니다.
♠ 경험자 Talk
방문객들은 봉화·울진의 풍광에 취했지만, 서비스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다고 했다. 이번 주 경북 나들이에서 나타난 옥에 티였다.
▷이도연(50·서울 목동)=청량산이 너무 아름다웠고, 울진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숙박이나 음식은 화려한 경북의 경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숙박시설은 지저분했고, 음식은 형편없었다. 숙박하는 방의 욕실에 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서오이소' 프로그램에 자주 왔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화가 난다. 주최자인 경북도가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양영희(48·여·경기도 용인)=불영계곡이 너무 좋았다. 깨끗한데다 산세가 아주 화려했다. 대구가 고향이라 타향살이를 하면서 항상 내 고향 경북이 그리웠다. 그런데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숙박한 곳이 낡아 불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식사도 성에 차지 않았다.
▷이경춘(54·경기도 용인)=불영계곡이 압권이었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식사가 너무 짜 밥을 몇 숟갈 뜨지 못했다. 또 망양정 등 일부 코스는 사전 설명서에 나와 있었던 내용과 실제가 딴판이었다. 몇 가지 점을 고치면 경북이 더 아름다워 보였을 텐데 아쉽다.
▷길현철(28·서울 구로동)=가격대에 비하면 분명 좋은 프로그램이다. 8만 5천 원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맛볼 수 있을까? 하지만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만족하지만 몇 가지는 주최 측이 챙겨야 하겠다.
♠ 주머니 Tip
첫날 점심식사 생태찌개 5천 원
불영사 주차료(1천 원), 입장료(어른 2천 원)
첫날 저녁식사 버섯전골 6천 원
첫날 숙박료 3만 원
둘째날 아침식사 된장찌개 5천 원
청량산 입장료 1천 원
둘째날 점심식사 산채비빔밥 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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