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구글' 문어발식 경영확장 어디까지…

글로벌 사업영역 삼키는 '불가사리'로

▲ 타임 온라인이 공개한 구글 사무실 전경.
▲ 타임 온라인이 공개한 구글 사무실 전경.
▲ 구글 본사 앞 전경.
▲ 구글 본사 앞 전경.
▲ 구글 본사 안 풍경.
▲ 구글 본사 안 풍경.

문어발식 경영은 비효율적 기업 경영을 비난할 때 동원되는 용어다. 문어발식 경영은 한 우물을 파지 못하는데 따른 경쟁력 저하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경영 위험을 줄여주는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서 장점도 없지 않다. 여기 유례가 드문 문어발 기업이 있다. 인터넷에서부터 광고, 자동차, 부동산, 환경 분야에 이르기까지 사업 진출 영역은 종횡무진이다. 다름 아닌 구글(www.google.com)이다.

◆구글의 식욕, 거침이 없다

몇 달 전 블로그계에는 깜짝 뉴스가 돌았다. 유럽의 작은 나라인 룩셈부르크가 370억 달러에 팔렸다는 것이다. 인수자는 구글. 구글은 이 나라 이름을 '구글부르크'(Googleburg)로 개명하려 하고 있으며 국민 모두 구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기타 보너스도 받게 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물론 이 소식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누군가가 장난삼아 퍼뜨린 농담이 나름대로 깜짝 소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지금까지 구글이 보여준 왕성한 M&A(기업인수·합병) 행태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11월 구글은 동영상 UCC 회사인 유튜브를 16억 6천만 달러에 인수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올해 4월 구글은 인터넷 광고대행업체인 더블클릭을 무려 31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어 e메일 보안업체인 포스티니를 6억 2천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검색 회사로 출발한 구글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사업 영역을 거느린 회사 중 하나가 됐다.

고해상도 위성 사진과 지도검색·지역정보를 묶어 제공하는 부동산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대 일 상거래 서비스로 온라인 경매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유통·자동차판매·미디어로도 손길을 뻗쳤다.

◆구글, 검색 회사 맞어?

올해 6월 구글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도 손을 댔다. 갤론당 70~100마일을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선 것. 이에 앞서 구글은 올해 5월 신생 바이오기업인 '23앤드미'에 390만 달러를 투자하며 유전자 정보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무선 통신 사업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경매에 내놓은 700MHz(메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 구글은 46억 달러의 자금을 준비한 것으로 보도됐다. 구글은 또한 휴대전화 제조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 계획이다.

요즘 구글은 일주일에 하나 꼴로 M&A를 성사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 내에는 기업 인수를 전담하는 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기업발전이사인 살만 울라(Salman Ullah)는 한 강연회에서 "우리는 모든 회사들을 면밀히 관찰하는데 진정으로 크레이지(crazy)한 회사가 정말로 출중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crazy'한 회사란 정규 투자 제한을 무시하는 회사다. 그 어떤 속박도 받지 않는 회사가 훌륭한 아이템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구글의 M&A 전략으로 '구글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사업 영역을 늘리면서 불가사리처럼 기존 산업 구조를 파괴해 영향을 미치는 '구글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에 견제구를 던져라'

구글이 너무 컸다는 위기 의식 속에 경쟁업체들의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고 구글을 둘러싼 송사(訟事)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구글이 인수한 인터넷 광고대행업체 더블클릭에 대해 미국 의회는 반독점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온라인 광고 중개·교환시장 부문의 경쟁 구도 와해 등 반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구글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는 MS(마이크로소프트)·야후와 반(反) 구글 연대를 구성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구글이 고대 그리스의 전법인 '팔랑크스'(밀집대형) 공격을 받고 있다."며 "구글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수록 수많은 적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MS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발머는 올해 3월 있은 한 강연에서 "구글이 너무 빨리 크려 한다.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구글은 한 가지 '재롱'(검색)밖에 가진 것이 없는 기업"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키워드-구글이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회사인 '구글'(google)이란 이름은 무슨 뜻을 지녔을까.

google은 영어사전에 없는 신조어다. 구글의 공동 설립자인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의 대학원생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회사명을 구글로 지은 사연은 이렇다. 둘은 당초 회사명을 '구골'(googol)로 하려고 했다.

구골은 10의 100제곱을 나타내는 수학 용어. 1 다음에 0이 100개나 있는 천문학적 수치다.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9세의 어린 조카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수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구골이라고 대답한 것을 힌트삼아 이 명칭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페이지와 브린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무한한 정보를 체계화하겠다는 의미로 구골이라는 회사명을 쓰려 했지만 당시 이 단어의 도메인은 누군가에 의해 등록돼 있었다. 결국 페이지와 브린은 구골이라는 이름의 철자를 약간 바꿔 '구글닷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1998년 9월 설립된 구글은 이듬해인 6월 2천500만 달러 출자 지원을 받아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구글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구글은 브랜드 영향력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글 주식의 시가총액은 올해 9월 3일 현재 1천600억 달러(약 150조 원)에 달한다. 지난 한 해 총 106억 달러(10조 원)의 매출을 올려 30억 7천만 달러(2조 9천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순이익률이 29.2%인 셈.

구글은 80억 이상의 웹페이지 데이터 베이스와 10억 개 이상의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100개 이상의 언어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49.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1만 674명이다.

김해용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