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개인 재산으로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앞으로 7년 동안 1조 원을 내놓겠다고 재판에서 밝혔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지난해 불법증여 등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뒤 8천억 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공헌 활동도 규모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재벌 총수들의 재산 사회 환원은 듣기에 좋은 일이지만 재판이나 수사 등과 관련돼 여론무마용으로 비치면서 국민들의 감정을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아래 글은 지난해 4월3일자 매일신문 '부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고정칼럼 '야고부'의 전문입니다. 글을 읽으며 ▷부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 ▷한국 부자들의 문제점 ▷양극화 문제의 해결 방법 등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부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이들은 부자들의 재산 축적을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보기보다는 부적절한 방법에 의한 것으로 본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부자에 대한 존경이나 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는 아직 인색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와는 전혀 딴판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긍정적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절약과 성실, 긍정적인 사고를 부자들의 장점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미국의 부자 중에는 사회적 존경을 받는 사람이 적잖다. 미국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가·예술인의 공통점은 깨끗하게 벌어 아낌없이 사회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자선과 사회 환원은 평범한 시민들의 기부를 이끌어 재산과 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게다가 미국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 사회적 삶에 있어 가난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년 전 국제 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절반도 안 되는 점수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엄청나게 떨어지는 40~50위였다. 급기야 대통령과 정부, 재계, 정계, 사회단체들이 투명사회협약을 체결, 부패와의 단절을 사회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경 유착과 뇌물 구조에 의한 특혜와 각종 비리는 결국 검은 돈 거래에서 비롯된다고 본 때문이다.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2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 현지 공장을 둘러보고 현지 판매를 점검하기 위한 예정된 출국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직 출국 금지 조치를 받은 것도 아니기에 정 회장의 출국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의 출국 소식은, 며칠 전 검찰 관계자가 "재벌그룹 회장이 도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소식과 오버랩된다. 나라 밖에 머물며 국내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들어온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도 떠올리게 한다.
부의 사회적 긍정은 부자들의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100년 전 미국도 이기적인 부자들의 욕심과 독선적인 정치로 비관적인 상황이었다. 돈에는 법도 무력한 사회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과 다른 방식의 대접받기를 원하지 않으면서 부자는 대신 사회적 사랑을 받게 됐다. 부가 가난과 다른 사회적 대접을 받는 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 그림은 9월7일자 매일신문에 실린 김경수 화백의 만평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정몽구 회장 판결의 논란과 문제점 ▷법의 형평성과 유전무죄 시비 ▷재벌에 대한 사회 인식의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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