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에 대비하여 많은 대학들이 논술 예시문항을 공개하거나 모의 논술고사를 치렀다. 이미 공개된 각 대학의 자연계열 통합교과논술 문항은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공통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로, 제시문이나 논제(문항)에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거나 전문적인 용어를 정의한다는 점이다. 때때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전문교과에 대한 심화 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그러한 개념이나 정의는 모두 똑같은 상황일 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과학적 제시문이나 논제에서 (주어진) 수학의 원리나 개념을 이용하여 수리적 사고를 전개·발전시켜 논제(문항)의 과학 현상을 설명하거나 논리적으로 예측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표현력 즉,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연계 통합논술의 답안작성 과정과 밀접한 부분이다. 창의적인 답안 작성을 위해 정확한 논제 분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2007년 2월 22일 시행된 서울대학교의 자연계열 모의논술고사는 4문항이 출제되었는데, 이전에 발표된 2차 예시문항 때보다 수학-과학교과 간(문항1), 과학-과학교과 간(문항 2, 3, 4)의 통합이 더욱 강화되었고, 전체적으로 논제의 양이 증가한 점이 특징이다.
위의 문항1의 경우 생물학 분야의 인간 유전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학의 행렬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자연과학의 연구에 있어 수학이 꼭 필요한 도구임을 논제를 통해 주장하려는 듯하다. 각 논제에서 ①, ②, ③, ④는 학생들의 이해·분석력, 통합적 추론 능력(논증력), 창의력, 표현력을 골고루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논제1의 ①은 학생들로 하여금 제시문에서 DNA 염기서열의 재구성과 관련한 행렬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예를 분석하여 주어진 행렬이 만들어질 수 없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이해·분석력, 통합적 추론 능력(논증력)]
논제2의 ②는 학생들로 하여금 거울행렬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정의와 그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3×3 거울행렬의 정보로 DNA 조각 배열이 불가능함을 논리적이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이해·분석력, 통합적 추론 능력(논증력), 표현력]
논제3의 ③, ④는 제시문과 논제1, 2를 바탕으로 4이상인 자연수에 대하여 거울행렬 형태로 일반화시키고 나아가 그 표현이 수학적 귀납법에 의해 성립함을 보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해·분석력, 통합적 추론 능력(논증력), 창의력, 표현력]
2007년 5월에 치른 경북대학교의 자연계열 논술고사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각각 1문제씩 총 5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이전에 제시된 예비문항에 비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수학, 과학 교과 전체 영역을 고르게 학습하여 관련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문제해결과정에서 주어진 주제에 대한 정의와 기본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제1-1) 구간단속의 가능함을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설명하시오.
이 문제는 고등학교 '미분과 적분'을 배운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평균값 정리를 이용하여 명확한 수학적 논리와 근거로써 구간 단속이 가능함을 보이면 아주 간결하고 논리적으로도 결함이 없는 답안이 된다. 만약 다리를 건너는데 걸린 시간으로 전체 길이를 나눈 값과 제한속도를 비교해서 과속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답안을 작성한 경우는 단순히 평균 속도의 개념만을 이용한 것이므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평균속도는 평균변화율의 의미가 있는 반면 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속도는 순간변화율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 문제에 대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느 정도 답안을 작성하였을 것이지만 문제에 대한 이해도나 교과서를 공부한 정도에 따라 문제해결을 위한 배경 지식의 정확한 이해도에 차이가 나서 답안의 논리 전개 방법이 달라져 점수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모든 과학 현상에 대해 사전 지식이나 수학적 배경을 갖추기는 대단히 어렵다. 다행히도 대학들이 논술고사의 제시문이나 논제들을 구성할 때 참고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과서로 눈을 돌리는 경향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논술고사의 제시문이나 논제가 완전히 새롭거나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한다손 치더라도 그 안에 이미 상세하게 정의하고 그 원리를 설명해줌으로써 충분히 수리적 사고를 전개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논술고사에서 논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해내고 그것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제시문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잘 표현한다면 완벽에 가까운 논술답안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수리논술은 답안의 분량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학생들에게는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리논술의 답안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학생들이 얼마나 명확하게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수리논술의 논술문 작성의 출발점도 논제분석에 있다.
윤정호(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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