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소년원생들 "걷고 또 걸어 새사람 되겠습니다"

국토대장정 나선 대구소년원생…"실수 두번다시 않기를 뼈에 새길 터"

▲ 국토대장정에 나서는 대구소년원 학생들이 11일 오전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국토대장정에 나서는 대구소년원 학생들이 11일 오전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순간의 실수로 죄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준 잘못을 뉘우치고 또 뉘우치며 한 발씩 내딛겠습니다. 다시는 그러하지 않기를,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를 되뇌고 뼈에 새기겠습니다. 목적지에 닿는 순간 하늘에다 '해냈다! 새사람으로 꼭 거듭나겠다!'며 외치고 오겠습니다."(A군·20·고졸검정고시 합격·대구소년원 9월 28일 퇴원 예정)

11일 오전 7시 대구소년원 운동장. 검은색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맨 8명의 소년원생이 비장한 각오로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낙오는 없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버려야 할 자신의 단점을 하나씩 깊이 새겼다. 이들은 소년원 퇴원을 불과 며칠 또는 몇 달 앞두고 법무부가 마련한 '제3회 소년원학생 국토순례 대장정'에 참가한 소년원생들이다.

B군(19·고졸검정고시 합격)은 "18일 뒤에는 소년원을 나갑니다. 스스로 '극한상황'을 극복하고 떳떳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필요한 '참을성'이라는 녀석을 꼭 내것으로 만들겁니다."라고 했다. 최 군은 공무원이 되고 싶어했다.

이들은 11일 서울에 모여 12일 평화의 댐을 출발, 해산관광농원~용화산 자연휴양림~춘천소년원~쇠꼴마을~임진각까지 7박 8일간 240.2km를 걷는 대장정에 나선다. 하루 평균 30km의 강행군이다.

C군(19·고졸검정고시 합격)에게도 이번 대장정의 의미는 남다르다. "저는 제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욱'하는 성격에 죄를 지었고 소년원에서 못난 제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잠시 어긋난 길을 다시 똑바로 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게 이번 대장정의 목표입니다."

6개월이라는 소년원에서의 단기인성교육 기간 동안 이들은 많은 일을 해냈다.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거나 문서실무사,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취득 등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하나씩 얻었다. 그리고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자신들에게 마지막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작정이다.

소년원에서 문서실무사 2·3급 자격증을 딴 D군(18)은 "1남 2녀 중 막내지만 더 이상 집안의 철부지가 아닌 의젓한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이번 국토순례의 목표예요. 사회에 나가면 못난 생각을 하는 친구들에게 제 경험을 알리는 계도활동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조만간 아빠가 된다는 E군(18)은 "당당한 남편, 의젓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대장정이 제게 꼭 필요한 인생의 한 단계"라고 말했고, 최근 아빠가 된 F군(18)도 "임진각에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갑자기 G군(19)이 '철망 앞에서'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다들 목청을 돋워 함께 불렀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이들 8명은 전국에서 모인 소년원생 171명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통일을 염원하겠다고 했다. '철망'은 통일은 물론 이들에게 헤쳐나가야 할 또 다른 의미였다.

H군(17)은 "우리는 지치면 서로 손을 잡아줄 겁니다. 지치고 힘들어하는 순간 우리 옆에 누군가가 꼭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사회가 등을 돌린 낙오자가 아니라 우리의 싱그런 꿈들이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라며 다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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