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 예천읍 다세대주택 4층 K씨의 집. 전국을 무대로 130여 차례에 걸쳐 1억 5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강·절도한 혐의로 10일 경찰에 검거(본지 10일자 8면 보도)된 K씨 집은 마치 백화점 물품창고를 연상케 했다. 이날 집을 압수수색한 의성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거실 진열장에는 금으로 만든 1만 원권 지폐 2점과 문경의 한 도예가가 만든 고가의 항아리, 고급 수입양주 등 농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또 장롱과 서랍장 속에는 롤렉스 시계, 수십 개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디지털카메라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발코니 캐비닛에도 크고 작은 카메라와 양주병, 골프채 등이 쌓여 있었다.
K씨가 그동안 전국을 돌며 가정집과 식당, 사무실 등을 털어 훔쳐온 물건들이었다. 이날 경찰이 "이것들을 어디에서 구입했느냐?"고 묻자 K씨 부인은 "언제인지는 몰라도 남편이 하나 둘씩 가져와 쌓아놨다."고 답변했다.
K씨 안방에 들어서자 더욱 가관이었다. 안방 한쪽에 고이 모셔놓은 철제 금고를 열자 700여만 원의 현금다발과 귀금속 80여 점, 수표와 상품권 300여만 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집에 있는 물건 중 책상과 소파를 제외한 대부분 집기와 물건은 훔친 것이라고 K씨가 진술했다."며 "주방용품은 물론 심지어 집 전화기와 아이 방에 있는 컴퓨터까지도 훔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씨는 집이나 사무실, 상가에 침입하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심지어 공중전화 카드도 남겨두지 않았다. 이렇게 훔친 물건들은 자신의 승합차에 실어와 부피가 작은 물건은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부피가 큰 물건과 범행도구는 식당을 하기 위해 임대해둔 인근 한 점포에 쌓아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의성경찰서 이승목 수사과장은 "K씨가 '손 없는 날'을 택해 범행을 하고 거주지인 예천에서는 범행을 하지 않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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