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간통(姦通)

진화론자에 따르면 인류 진화의 최대 원동력은 '바람기'이다. 인류를 포함, 유기체의 최대 목표는 자신의 유전자의 영원한 존속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상대와 섹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자손의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다. 뿌려놓기만 하고 기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남녀는 각자 전략적 유연성을 갖게 됐다. 남자가 취한 것은 '난봉꾼'과 '성실한 가장' 사이의 줄타기이다. 자손을 퍼뜨리는 것 못지 않게 내 자손을 잘 키울 수 있는 '투자대상'을 갖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오늘날에도 하룻밤 상대를 찾는 '단기 투자와'과 현모양처를 확보하는 '장기투자'를 함께 구사한다.

여자가 택한 것은 기만전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밀배란'이다. 원시시대의 거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자에게 의지해야 했던 여자는 남자가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 비밀배란은 이를 도와준다. 배란기를 모르니 남자가 여자의 곁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를 통해 여자는 그렇지 않았으면 다른 암컷에게 갔을 신체적 보호, 물질적 혜택, 자식의 생존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여성이 조신한 것만도 아니다. 비밀배란은 남자를 곁에 잡아두기도 하지만 여자에게 다른 남자를 찾아나설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남자가 여자 곁에 머무는 시간이 오랠수록 여자를 지키는 강도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는 어떤 수컷으로부터는 자신과 새끼에 대한 투자를 얻어내고 다른 수컷으로부터는 더 우수한 유전자를 얻어낸다면 가장 성공적인 결과다. 실제로 영국의 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배란기를 전후해 배우자를 속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성전략들은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판사가 간통죄에 대한 위헌심사를 청구하면서 간통죄 존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진화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간통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럽다고 해서 바람직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간통 자체는 여전히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간통이 형법으로 다스려야 할 범죄인지 여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간통은 남녀간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통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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