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수 너무많아 원서 내고보자"…'대입 재앙' 현실로

'로또 입시' '죽음의 트라이앵글' 등으로 불려온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시2학기 원서 접수에서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들이 수십대 일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것.

이는 수능 등급제와 내신반영방법 변화 등으로 정시모집의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때문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희박해진 합격 가능성에 허탈해하면서도 수능과 수시 전형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지난 7일 수시2학기 원서 접수가 시작된 뒤 고3 재학생들은 최소 2, 3개 대학에 원서를 냈으며 많게는 10곳 넘게 지원한 학생도 적지않았다.

특히 수능 등급제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갈 만한 대학은 모두 지원하고 보자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 고교 교사는 "의약계열을 염두에 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은 의대, 약대라고 이름이 붙은 학과에는 모두 원서를 내는 것이 대세"라며 "전형료 부담도 만만찮아 적어도 10만~20만 원이고 100만 원 가까이 들었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 의예과 173.94대 1, 연세대 의예과 일반전형 78.56대 1, 중앙대 의학부 48.88대 1, 이화여대 약학과 43.7대 1 등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대희 대건고 연구부장은 "학교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수시 원서를 3배 이상 많이 쓴 것 같다."며 "올해 입시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너무 많아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들이 재수생에 대한 제약을 올해 대부분 없애 재수생들의 수시 지원도 크게 늘어났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학원생의 절반 이상이 수시 상담에 적극성을 보인 걸로 봐서 지난해보다 두 배는 원서를 낸 것 같다."며 "비교내신을 적용하는 고려대 등의 대학이나 인기학과에서는 재수생들이 수시모집에서부터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학별 지원 경쟁률은 폭등했지만 합격선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없는데다 지원자 가운데 허수가 어느 정도인지도 전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수험생들로서는 수시 전형을 포기하기 힘든 실정이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대학들이 수천, 수만 수험생의 논술고사, 심층면접 채점을 단기간에 공정하게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며 "수험생들이 겪는 불안감과 불신감만 놓고 보면 역대 최악의 입시제도"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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