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은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들에게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소아기에 했던 예방접종의 면역력은 성인이 되면 약해져 예방 가능한 질환인데도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의학이 발달하면서 항암제나 면역 억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인예방접종, 독감 말고 또 있나?
미국의 경우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는 소아에서는 1년에 500명인데 비해 성인은 5만~7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미국 보건당국은 1995년부터 성인예방접종을 강화하고 있고, 파상풍-디프테리아 톡소이드(Td), 인플루엔자(독감), 폐렴 사슬알균, B형간염 바이러스, A형 간염 바이러스, 홍역·볼거리·풍진, 수두, 수막알균 백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를 기본 예방접종에 포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B형간염과 인플루엔자를 제외하고는 성인 예방접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에 20, 30대 성인에게 홍역이 크게 유행한 것도 어렸을 때 받은 예방접종의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파상풍·디프테리아(Td) 백신
아직도 국내에서 파상풍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파상풍은 발병하면 중증으로 진행되고 발생의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모든 성인은 주기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일해 톡소이드를 추가한 백신(Tdap)을 Td 대신에 한번은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 10년 이내 파상풍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모든 성인은 1회 접종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백신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이 높은 사람들(50세 이상, 만성 호흡기 질환자, 만성 심혈관 질환자, 만성 대사성질환자, 신장 기능 장애자, 면역 저하 환자)은 우선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또 의료인, 가족 가운데 만성질환자가 있는 사람 등도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 접종은 매년 10월부터 11월 중순 사이가 효과적이다.
◆폐렴 사슬알균 백신
폐렴 사슬알균은 호흡기 감염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균이다. 이 균은 흔히 급성 중이염, 폐렴, 패혈증, 뇌수막염 등을 일으키고, 중증 감염의 경우 사망률이 매우 높다. 특히 국내에서는 폐렴 사슬알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더욱 권장된다. 65세 이상은 1회 접종, 65세 미만에서 심장, 폐, 간, 신장 등의 장기에 만성질환이 있거나 당뇨병, 면역억제, 비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 1회 접종 뒤 5년이 지나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이 보편화됐는데도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항체 양성률은 60% 정도로 아직도 40% 정도는 항체가 없는 상태로 추정된다. 병원에서 항체 양성 여부를 검사한 뒤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첫 접종 뒤 1개월, 6개월 뒤 추가 접종 등 총 3회 접종해야 한다. 3회 접종 뒤에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3회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혈액투석 환자나 면역억제 환자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항체 역가를 측정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1회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A형 간염은 물과 음식 위생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널리 퍼지고 국내에서도 항상 발생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어릴 때 A형 간염에 감염돼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1980년대부터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청소년이나 성인에서 A형 간염이 나타나게 됐다. A형 간염은 소아에서 감염되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의 경우 심한 증상을 앓고, 특히 만성 간염이 있는 상태에서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현재 20대 남성의 경우 항체 양성률이 10% 밖에 되지 않아, 집단생활 속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40세 미만 모든 성인(30~40세는 항체음성인 경우)이 접종 대상이다. 2번 접종을 해야 하며, 첫 번째 접종 뒤 6~12개월 지나서 한 번 더 접종한다.
◆홍역 백신(홍역·볼거리·풍진 복합백신)
홍역은 국내에서 여러 번 유행한 적이 있는데, 특히 2000년과 2001년 사이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됐고 5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40세 이상의 성인은 자연 면역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40세 미만 가운데 기본접종이나 추가 접종을 받지 않은 경우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풍진 백신의 접종도 필요하므로 홍역·볼거리·풍진 복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 풍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아기에게 선천성 풍진 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수두 백신
성인이 수두에 걸리면 소아에 비해 증상이 훨씬 심하다. 합병증의 빈도도 소아보다 25배 정도 높고, 면역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10%나 된다. 수두에 걸린 적이 없는 의료인, 가임기 여성, 면역 억제자의 가족인 경우 항체검사를 한 뒤 음성이면 4~8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임신 상태나 면역억제 환자는 접종해선 안 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권기태 대구파티마병원 감염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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