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들 견인차 따라 달릴까?
로스쿨 정원에 대한 법조계와 로스쿨 추진대학간에는 엄청난 인식 차이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1천 200명 선을 요구하는 반면 현재 로스쿨 추진대학들은 3천명 선을 주장하고 있다. 영역 확대 없이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입장과 로스쿨 유치 가능성 제고 및 변호사 영역 확대를 장담하는 입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인수 영남대학교 법학대학원 설립추진단장은 "처음부터 3천명은 지나치다. 초기에 변호사를 과다하게 배출할 경우 '변호사가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려는 대학들의 진입자체를 막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쿨 정원을 초기에 2천 500명 선으로 하는 것이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변호사 영역의 확대와 일반인의 법률 인식의 변화를 봐가며 점진적으로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입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원이 늘어나면 입학은 쉽겠지만 졸업 후 사회적 지위와 수입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대 졸업생으로 회사원인 B씨 역시 "현행 입학 시스템을 살펴보면 법대 졸업생이 로스쿨에 입학하기는 좀 쉬울 듯 하다. 그러나 변호사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마당에 전문분야 없는 변호사가 된다면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어쩌면 교통사고 현장에 구급차와 견인차를 따라 달려가 사건을 수임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편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관련분야 종사자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 자격증이 세무, 법무, 노무, 부동산, 특허 등 30여 개 영역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법원을 출입하는 매일신문 최창희 기자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영역을 확장하면서 법원 주변의 법무사 노무사 사무실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고 했다. 화려한 변호사 사무실들과 달리 법무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법무사와 여직원 두 사람만 달랑 남아 손님을 기다리는 안쓰러운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 어떤 변호사가 뜰까
박인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추진단장은 "로스쿨의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2년이면 국제, 금융, 스포츠, 지적 재산권, 연예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금까지는 변호사 업무가 대체로 송무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입법, 행정, 자치단체 등에서 활약하는 변호사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미 FTA 등으로 국외업무에 진출하는 변호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성 연세대 통일 연구원도 '5년쯤 뒤에는 무엇보다 경제분야 지식을 갖춘 국제 변호사들의 활약상이 클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제 간 자본 거래 분쟁이 많아지면서 직업시장 전망이 상당히 밝아지는 분야로, 자본론'금융 공학'화폐론 등을 공부해 두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법학계 인사들은 '환경 전문 변호사', '사이버상 상표권 분쟁 전문 변호사',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 등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영회계법인 장성구 회계사는 "젊은 회계사, 특히 대형 법인에 소속된 '월급 회계사'들에게 로스쿨은 상당한 매력일 수 있다. 회계사 출신으로 변호사가 된다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업무영역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개업 회계사들이 기존의 쌓아둔 인맥과 자기영역을 버리면서까지 도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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