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없다?
로스쿨의 학비는 현재 일반 대학원의 학비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학자에 따라서 연간 최저 1천 500만원∼2천만 원까지 보고 있다. 이처럼 비싼 학비 때문에 저소득층의 법학교육 기회가 사실상 제한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김준성 연세대 통일연구원 남북직업연구센터장의 '로스쿨 진학희망자들을 위한 특별 리포트'는 '과거에는 학업성적 하나로 사법시험을 통해 신분상승이 가능했지만 고액의 로스쿨 학비로 고학으로 성공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인수 영남대 법학대학원 설립추진단장은 "로스쿨인가를 받으려면 시설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까다롭다. 운영에 인적, 물적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 것으로 예상돼 어느 대학이나 로스쿨의 등록금은 다른 대학원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로스쿨의 경우 국립은 연간 80만엔(약 800만원), 사립은 200만엔(약 2천만 원)선이다.
직장인 P씨는 "직장에서 50살까지 붙어 있기도 힘들다. 그래서 평생 직업을 구하고 싶다. 그러나 돈이 가장 큰 문제다. 로스쿨 도입 취지는 좋아 보이는 데 이제 돈이 없으면 변호사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대출 제도가 있지 않느냐고 하자 "그 돈은 안 갚아도 되는 돈이냐?"며 "다시 3,4년을 공부에 투자하고, 그 후에 변호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2,3년 이상을 빌린 돈 갚는데 써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도전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로스쿨 도전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로스쿨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에서는 장학금 범위를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남대는 전체 학생의 30% 이상 혹은 전체 등록금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성균관대는 로스쿨 입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수도권 대학들은 최대한 장학금 범위를 넓히려 애쓰고 있지만 어느 정도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꺼렸다. 장학금 범위는 로스쿨인가 과정뿐만 아니라 전국 법대의 '서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학의 로스쿨 본질 훼손"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는 대학간의 교수 쟁탈전이 치열하다. 서울대는 타 대학 법대 교수뿐만 아니라 거물급 로펌 변호사와 현직 판'검사, 헌법재판소 연구관 등을 채용할 예정이다.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등도 다른 대학 교수 영입에 나섰고, 지방대학들도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한 법대교수는 무차별적 교수영입과 중심 없는 교과목 개설에 대해 비판했다.
"로스쿨 도입 취지는 법교육을 정상화하고, 현실과 괴리된 법을 현실과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실무중심 교육을 펼치자는 것이다. 여기서 실무란 고소장 쓰는 요령, 판결문 쓰는 요령을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2006년 펴낸 '법과대학원 인가 심사기준'에는 현실적인 과목을 예로 들고 있다. 법과 노동, 법과 빈민, 장애인과 법, 법과 성차별, 의학과 법, 예술과 법, 일본법, 이슬람법, 연예 오락과 법 등이다. 학술진흥재단이 이런 예시를 낸 것은 '실무교육'이 결코 고소장이나 판결문 작성에 관한 내용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로스쿨을 통해 재판에 필요한 실무법을 암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지혜로운 눈을 갖고 사회현상을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학들의 태도를 보면 본질은 사라진 듯 하다."
이 교수는 "로스쿨 도입 취지는 뒷전이고 교수들은 여전히 옛날 방식을 고집하고, 실무교육 중심이라니 돈벌이에 몰두하던 변호사들을 교수로 마구 영입하는 식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어느 로스쿨에서도 수업 중에 사법시험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고 밝히고 "졸업 후 시험도 '어떤 상황에 대해 결과를 묻거나 판단하라.'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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