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도나도...로스쿨(law school) 열풍

2009년부터 도입되는 법학 전문대학원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설명회마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모색하겠다는 직장인,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참석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는 하루에 5군데서 설명회가 열리는가 하면, 지방에서는 각 대학별로 혹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로스쿨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벌써 관련 학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 로스쿨 이래서 도전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 6년째인 박씨는 "평생 정년이 보장 될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로스쿨 도전'을 깊이 고려중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법률에 관심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법조인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집안의 요구에 법대를 졸업한 사람이다. 박씨는 비싼 학비와 준비기간과 로스쿨 재학기간을 '남는 장사다.'고 평가했다.

"대형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의 수입은 천차만별이지만 초봉이 적게는 6천에서 많게는 1억 2천만 원이나 됩니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고 국선 변호사로 활동한다고 해도 한 달에 최소 500만원∼600만원의 수입은 보장됩니다. 최저로 잡아도 지금 제가 받는 연봉의 2배가됩니다."

그는 비싼 학비에 대해서도, "사시 공부하느라 2,3년 서울에 머물면서 학원수업 제대로 듣고, 생활하자면 로스쿨 학비만큼의 돈은 든다. 로스쿨의 장학금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다."고 했다.

"사법고시에 비해 로스쿨은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게다가 수업이 실무위주여서 이전의 사시공부만큼 부담스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사시라면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지만 로스쿨은 일정기간 정규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박씨는 자신이 로스쿨을 졸업할 때쯤 해외 로펌의 국내진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3억이나 되는 돈을 들여 변호사 사무실을 열기보다 해외 로펌에 취직해 국제분쟁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지금은 제도도입 과도기라 기회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로스쿨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법대 재학생과 고시생은

영남대학교 법학부 3학년 배정웅씨는 4학년 선배들과 졸업생들의 입장은 모른다고 전제하고"로스쿨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재학생들의 공부에는 별 변화가 없는 듯하다."며 "다만 로스쿨의 도입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3,4학년 중에서도 로스쿨로 진학할지, 사법고시를 준비할지 결정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로스쿨 도입'외에 구체적으로 결정 난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법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 저학년들 중에는 기대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법고시 2차 시험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안병용(2006년 경북대 졸업)씨는 사법고시 공부를 해온 사람의 입장만 밝힌다는 전제아래, "로스쿨 도입 취지에 동감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호사 숫자를 늘여 저렴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도입 첫 해에 1천 500명을 모집해 80% 정도가 변호사 자격을 딴다면 1천 200명의 변호사가 생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매년 1천명이 배출되는 변호사와 무엇이 다르냐? 결국 비용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안 씨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지방에서 사법고시 1차 시험을 공부할 경우 연간 600만원∼700만원이면 가능하고, 2차 시험을 서울에서 학원 다니며 공부할 경우 연간 1천 200만원(학원비'생활비 포함)이 든다고 말하고, 로스쿨의 경우 연간 최저 1천 500만원의 학비와 별도의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비용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그 범위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학비를 낮추고 대학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로스쿨 입학생을 늘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회의적이었다.

"대학들이 대학발전을 위해 너도나도 '로스쿨인가'를 요구한다. (실제로 당국이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학교에 로스쿨을 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로스쿨 입학생을 3천명 혹은 4천명으로 늘릴 경우 결국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입학생을 모두 변호사로 배출한다면 법조계의 반발과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다."

안 씨는 로스쿨의 운용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려면 법학과에서 4년을 공부한 후에도 4년 정도 더 매달리는 게 보편적이다. 그런데 비법학과 출신이 로스쿨 3년 동안 배워서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현재 전국대학의 법학과 교수 중 변호사 자격을 갖춘 분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된다고 해도 결국 현재의 대학교수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텐데 공언대로 '실무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비용만 늘어나고 변호사의 질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안 씨는 어느 집단이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할 때, 로스쿨 이후 법조계 내에서도 성골(사법시험 출신)과 진골(로스쿨 출신)이 갈라져 과도기적이라고 해도 갈등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서 로스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로스쿨이란?

변호사'판사'검사 등 법조인이 되려면 4년제 대학 졸업 후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law school)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도록 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 7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로스쿨을 나오지 않으면 판'검사,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새 법에 따르면 로스쿨은 2012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현재의 사법시험은 2013년부터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 도입배경은 학부에서 다양한 분야 공부를 한 뒤 대학원에서 법학 공부를 해야 더 성숙한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스쿨은 전국 15∼20여개 대학이 인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나 가변적이다. 현재 로스쿨을 추진중인 대학은 전국 40여 개에 달한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법학적성시험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내년 8월 첫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 2009년 3월 로스쿨의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한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안이 가결됐지만 정원, 학비, 로스쿨 인가대학, 커리큘럼, 학교별 인원까지 가이드라인이 있을 뿐 모두 미정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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