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자 추석 장 볼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장보기 위해 시어머니를 따라다니다 보니 여러 가지 많이 배우게 됐다. 나는 결혼 전부터 주로 대형마트를 이용해왔다. 쾌적한 환경에다 '파격 할인' 등의 문구를 붙여놓으니 정말 내가 싸게 물건을 구입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습관처럼 남편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곤 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시어머니를 따라 추석 장을 보면서 바뀌었다. 시어머니는 멀더라도 꼭 재래시장을 이용하셨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막상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마트 물가에 비해 너무나 쌌기 때문이다. 게다가 깎아달라고 말씀드리면 상인들은 적당히 가격을 깎아주기도 하고 덤도 넉넉히 얹어주셨다. '재래시장은 복잡하고 깨끗하지 않다.'는 선입견도 깨졌다. 요즘 아케이드 공사 등으로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나에게 오랜 단골집을 소개해주셨고, 상인은 '대를 이어서 와줘서 고맙다.'며 덤을 몇 개 더 얹어주시곤 했다. 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는 훈훈한 입담과 인심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재래시장을 몇 번 따라가다 보니 나도 이제 재래시장 마니아가 됐다.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칠성시장이며 서문시장에 다닌다. 호떡이며, 값싼 비빔밥은 시장 투어의 보너스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장을 보고 나면 넉넉하게 일주일을 지낼 수 있다. 그런 후 카드 결제액도 크게 줄어들어, 가계에도 적잖게 도움이 됐다. 올해도 어머님을 따라 재래시장으로 갈 예정이다. 친구들에게도 재래시장으로 가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권은진(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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