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드디어 박꽃이 피었다.
지난 4월, 옥상 물탱크 위에 뼈대를 세워 호박 1포기와 나물 박 1포기, 작두콩 1포기를 심었다. 지난봄부터 들인 나의 정성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얼마나 반갑고 신기한지? 옆집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자랑도 하였다.
집은 지은 지 20년이 넘어 여름이면 복사열 때문에 덥고 반대로 겨울에는 매우 춥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옥상 한 모서리에 1평 정도의 텃밭을 만들었다. 그 텃밭이 지붕 위 물탱크 옆에 있기에 구조물을 설치하여 넝쿨들이 뻗어갈 수 있게 하였다. 지금은 우리동네에서 유일하게 우리 집 지붕 위에만 녹색으로 덮여 있다.
거름이 좋으면 나물 박이나 호박은 포기 수에 관계없이 많이 수확할 수 있다는 경험자의 귀띔에 생선 내장과 한약방에서 나온 약 찌끼로 열심히 흙을 가꾸었다.
시장 생선 가게 아주머니께 생선 내장을 양동이에 얻어 구덩이를 파 묻고 한약방 약 찌끼로 흙을 부드럽게 다듬느라 땀을 흘리며 낑낑대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나님 왈, "그렇게 힘들게 왜 하느냐? 내가 시켰으면 난리벅구통 칠 텐데, 만약에 썩는 냄새라도 나 봐라. 알았지?" 공갈 반 협박 반이다.
흙과 섞여 완숙 퇴비로 변한 거름에서는 한약 특유의 냄새와 구수한 흙 냄새가 났고 푸른 지붕 위에 보름달보다 더 큰 박들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을 상상하니 땀이 옷에 배어 오는 것과 잔소리 정도는 이미 도를 통한 셈이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심어 놓고 틈만 나면 관리를 했다. 물주는 것은 기본이고 불면 꺼질라 만지면 터질라, 곡식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어느 누가 말했던가?
식물은 절대로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정성을 들인 만큼 사랑을 쏟은 만큼 보답을 하는 게 식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박꽃이 피기 시작하고 아침저녁으로 하얀 박꽃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태를 뽐낼 때면 그렇게 고상할 수가 없다.
올해 가을은 흥부네 복 바가지가 될지, 놀부네 우울한 바가지가 될지 모르지만 곁가지를 치며 힘차게 자라는 박 줄기가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가지게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마음 수양이 되고 운동도 되며 덤으로 수확의 달콤함도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근철(대구시 서구 비산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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