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미래를 여는 역사' 출판 총괄 이종영씨

"한·중·일 역사, 하나의 언어로 기록은 최초"

"한·중·일 3개국의 역사가 하나의 언어로 기록된 것은 처음입니다."

첨예한 이해관계와 민족주의에 싸인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이들 3개국의 근현대사는 반목의 역사나 다름없다. 같은 시간대를 보냈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같은 언어로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Historio por Malfermi Estontecom)는 세계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어로 쓰인 역사서다. 이 책의 출판 총괄을 맡은 이종영(75) 전 세계에스페란토협회장은 "공통의 역사는 공통의 언어로 써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취지"라고 말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지난 2005년 3개국 역사학자들이 각자의 언어로 써 3권으로 출판된 바 있다. 3개국 각 20명의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에서 책을 냈다. 그는 "공식 정부기구가 아닌 민간단체가 공통의 역사교과서를 만든 것은 대단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기나라 말로 쓰다 보니 표현이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중국어판에는 '동북지구'인데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에는 '만주'로 기술돼 있고, 심지어 3개국의 순서도 '중일한' '일중한' '한중일' 등으로 차이가 났습니다."

내용이 같더라도 각 민족의 정서가 담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해서 나온 것이 이번에 출간된 에스페란토어판입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11명, 일본에서 22명의 의식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번역하고, 그 원고 전체를 25년의 경험을 가진 세계에스페란토협회 교정 담당자가 교정하고, 중국 사회과학원 외국어출판사에서 편집해 출판하게 됐다.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제9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서 책이 발표되자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해 근대사를 공통역사교과서로 출간한 프랑스와 독일의 반응이 뜨거웠다. 양국도 독일 나치스 정권과 유대인 학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다소 표현의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 "'미래를 여는 역사'에 고무받아 중립적인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어판 발행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단국대와 외국어대, 원광대 등에서 교재로 사용된다. 그는 "영어에 대해서는 대부분 언어적 장애인이나 다름없다."며 "말이 안 통해 인권이 묵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내년 UN이 정한 '세계 언어의 해'를 맞아 에스페란토어로 언어적 평등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스페란토협회는 62개국에 가맹국협회가 있고, 120개국에 수백만 명의 회원이 있다.

그는 에스페란토어판 출간의 의미를 "가장 큰 비극은 비극의 역사가 아니라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250쪽. 1만 2천 원. 구입문의 02)717-6974.(한국에스페란토협회) 출판관련 문의 019-511-0881.(이종영)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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