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인가, 놀이방인가.'
입구에 들어서면 밝은 실내장식에 깜짝 놀라고 신발을 벗고 온돌이 깔린 노래방 안에 들어서면 또 한 번 놀란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있고 52인치 대형 벽걸이 TV와 빵빵한 음향시스템에 가수가 된 듯 마구 질러대고 싶어진다.
노래방이 무한변신하고 있다. TV의 한 오락프로그램에서처럼 천장에 쟁반을 매달아놓고 노래를 못 부르거나 가사가 틀리면 쟁반이 머리 위로 쿵하고 떨어지는 공포의 '쟁반노래방'도 있고 마치 집안에서 노래를 부르듯 푹신한 침대가 놓여있는 '침대노래방'도 있다.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분위기의 '카페노래방'도 생겼다. 이 같은 이색노래방이 속속 들어서면서 퇴폐적인 분위기 일색이던 노래방문화가 바뀌고 있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동전노래방'도 하나둘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대구에는 여전히 칙칙한 분위기의 노래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색노래방이 속속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너무 좋아요. 아기자기하고 참 예뻐요." "노래 부르는 맛이 나요. 마치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나고 동성로로 직행,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우유리·황영은·안도경(영남대 1년) 양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ㅅ노래방
대구 도심 동성로의 ㅅ노래방은 색다른 노래방으로는 단연 최고로 꼽힌다. 1층에서는 파스타와 스파게티에서 스테이크까지 식사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입구는 럭셔리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착한' 가격이다. 10, 20대 젊은 층들은 1층 노래방보다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지하노래방을 선호한다. 따뜻한 온돌다다미가 깔려있는 실내는 무대와 작은 방석들이 놓여있다. 무대에서 춤을 출 수도 있고 그냥 드러누워 친구가 부르는 노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소파가 아니라 신발을 벗고 들어와서 깨끗한데다 마음껏 놀 수 있어서 더 좋아요."
노래방 입구에서는 껴안고 놀 수 있는 예쁜 인형 등 액세서리와 원색의 가발을 빌려준다. 기념사진까지 무료다. 한참을 노래하다가 배가 고프면 식사를 시켜먹을 수도 있다.
이 노래방의 이위섭 사장은 아직 대학생이다. 그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데 대구 도심 동성로의 유흥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면서 "누구나 와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노래방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노래방을 연 그는 새로운 노래방을 만들기 위해 서울지역에서 인기 있는 이색노래방에 가서 직접 일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노래방은 음향시설과 마이크가 생명. 어느 방이나 모두 52인치 대형TV 2대가 설치돼있다. 자신이 부른 노래를 선별해서 CD에 구워갈 수도 있다.
최신곡도 두렵지 않다. 신곡 따라부르기 기능이 있고 색소폰 반주 기능도 있다. 그래선지 혼자서 혹은 단체로 노래 연습하는 이색풍경도 종종 볼 수 있다.
▶ㅊ노래방
역시 대구 도심에 있는 이 노래방은 이색노래방의 원조격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김형섭 이사는 "지역 최초의 열린 공간으로서 혁명적인 노래문화를 시도한 곳"이라고 자랑한다. 1층에서 3층까지 건물 전체가 노래방이다. 역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 때문에 청결은 필수다. 술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팔지도 않는다. 금주는 이 노래방의 기본이다.
"기존의 노래방 문화를 바꿔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노래방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술 마시고 노는 공간에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낮시간과 초저녁에는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하거나 회의를 하는 커뮤니티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그래선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낮에는 청소년에서부터 가족단위 혹은 직장인들이 많다. 과거의 노래방문화에 젖어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발을 벗는 데서부터 쭈뼛거리지만 곧바로 환호성을 올린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는 반응이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온다. 가격이 비싸지도 않다.
멤버십카드를 발급하는데 벌써 1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방문할 때마다 5%의 마일리지를 적립하는데다 10월 말까지의 이벤트 기간 중에는 첫 방문 때 2,000원을 할인해준다. 두 번째는 할인 외에 음료수 2캔을 무료로 제공하고 세 번째는 전용리모컨을 선물로 주고 네 번 방문하면 무료이용권을 준다.
최신곡이 매일 업데이트되는 것도 젊은층에 인기를 끄는 요인 중의 하나다. 자신이 부른 노래를 선택, 싸이월드 홈피에 넣을 수도 있고 CD에 담아가는 것은 기본. 아이스크림이 무한 제공된다. 봉산동본점과 동성로점이 있다. 물론 청소년들은 밤 10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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