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통합, 험난한 길

한국인은 同業(동업)을 싫어한다. 필요할 때는 파트너와 손잡았다가 이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 것을 많이 챙기고, 내 주장을 앞세우다 보니 '양보와 협력'이 우선돼야 할 동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결국 "돈 잃고 사람 잃는다"는 것이 동업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특히 지역민들은 무슨 생 속인지 "죽었으면 죽었지 같이 못 하겠다"는 외고집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대구'경북에서 무엇을 합친다면 '험난한 길'이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문제가 그렇고, 경제적 이익이 뻔한 대구 지하철 연장운행도 이제야 겨우 시작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한가운데에 국립대 통합 문제가 있다. 이미 경쟁력을 많이 상실한 지역 국립대의 통합은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국립대'라는 옛 명성에 사로잡혀 서로 요구가 많다 보니 손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경북대-금오공대 통합문제가 갑자기 발걸음이 급해졌다. 구미공단이 뭔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측의 이야기다. "신입사원 중 지역대학 출신이 절반도 안 돼요. 우리도 지역과의 애정과 공익성을 감안, 가능하면 지역출신을 선호하지만 아예 필기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니 어쩔 방법이 없어요. 2, 3년 내로 지역 출신이 3분의 1로 떨어질 겁니다. 수도권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주말에는 구미-서울 간 전세버스를 운행해야 할 형편입니다. 운행비용이 많이 들면 구미 사업장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는 "제발 지역 대학 출신들이 필기시험만이라도 통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재를 키워 달라"고 오히려 대학 측에 하소연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도 정작 대학은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엊그제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구미사랑시민회의는 "두 대학이 통합하여 우수 인력을 공급, 최근 위기감이 감도는 구미공단이 희망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호소했다.

전남 여수 순천 광양 3개시도 통합에 합의한 마당이다. 지금 家門(가문) 싸움할 계제가 아니다.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다면 순응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