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읽기과 글쓰기)둘째 마당:주제문 쓰기(1)

주제란 글의 중심 내용을 말한다. 중심 내용이란 대상(상황)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글에서 장 중요한 나침반에 해당된다. 여행을 떠날 때 어디로 갈 것인지 목표를 정해야 가는 방법과 일정을 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글은 주제를 정하는 방법과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다.

1. 논제 파악 → 2. 입장 결정하기 → 3. 근거 찾기 → 4. 유추적 상황 설정하기 → 5. 자신만의 근거 많이 만들기 → 6. 우선순위 정하기 → 7. 주제 한 문장으로 써 보기

[2007 대입 성균관대 논술고사 문제]

* 아래 자료는 국제 사회의 일부 국가들이 처한 빈곤 상태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제시문들을 읽고 다음의 두 문제에 답하시오.

문제1> 아래 6개 제시문들은 빈곤 국가를 돕는 일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나타낸다. 이 두 가지 입장의 핵심 논지를 대비시켜 요약하시오.

문제2> 이 두 가지 입장 가운데 어느 입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되,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시오.

2007년 성균관대 논술의 핵심 논제는 선진국이 빈곤국을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 묻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이 의무인지, 선택인지'를 판가름하라는 것이다. 자, 이제 글을 쓰기 위한 첫 단계로 가자.

의무적으로 도와야 한다.(참고로 이 입장은 필자의 입장이다.)

출제자는 묻는다. 의무냐? 선택이냐?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답해야 한다. 의무다. 선택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논술의 핵심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 결정은 유보해 놓고, 제시문만 밑줄 그어 가며 반복해 읽는다. 읽을수록 둘 다 타당점이 있어 보인다. 아, 어떤 쪽을 취하지?

그러나 잘 기억하라. 입장은 제시문을 읽기 전에 벌써 맘속에 정해져 있다. 고등학생쯤 되면 벌써 삶을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나름대로 세계관이 서 있다. (물론 이 세계관은 유동적이고 한시적이다. 끊임없이 닦아가야 할 것이다.) 평상시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자신의 입장으로 정하면 된다. 좀 더 있어 보이는 답을 쓰기 위해 논거를 끌어다 대고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면 그 글은 가식과 짜깁기가 되고, 당위적 교훈만 벙긋거리게 된다. 이런 글은 죽은 글이다. 허수아비같은 글이다. 학생들은 잘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확연하게 드러나는지를.

1. 나의 행복과 부귀가 전적으로 선진국에 태어난 행운의 산물인 것처럼 가난한 아이들의 배고픔은 그들의 책임과 선택이 아니다

2. 부유한 나라의 부는 상당 부분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딛고서 만들어진 것이니 되돌려주어야 하며, 가난한 나라에 대한 원조는 장기적으로 선진국에 보탬이 된다.

3. 아주 작은 규모의 원조도 가난한 나라에는 생명수가 될 수 있다. 약간의 욕망을 절제하여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어떤가? 근거들이 제법 그럴듯하지 않는가? 그러나 위의 근거는 제시문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마치 자신의 의견인양 늘어놓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자신만의 접근법과 자신만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추'나 '예시'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솔직히 학생들이 국제 관계를 다 알 수도 없고 얼마나 경제적 이득이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여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그럼 이렇게 풀면 어떨까?

선진국의 후진국 원조를 '돕는다'에 초점을 두어 생각해 보자.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드는 어른, 지하차도에 엎드린 거지에게 적선하는 사람,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함께 들어 옮겨주는 바쁜 출근길의 직장인, 돕는다는 점에서 이 사례들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좀 더 확장된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논제는 아주 친숙한 것이 된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타인을 돕는 것은 인간이 꼭 지녀야 할 의무적인 도리인가? 아니면 개인적 선택에 맡길 수 있는 것인가?

근거는 많을수록 좋다. 여러 예를 다 거론하지 말고 한두 개로 좁혀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이유를 적어 본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러 뛰어드는 어른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한 생명이 위험하고, 자신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뛰어든다. 그에 비하면 빈곤국을 돕는 일은 생명을 걸지 않고도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먹는 한 끼의 밥상에는 햇빛, 땅, 벌레, 농부, 장사꾼, 부모 등 이루 셀 수 없는 생명의 헌신으로 가득하다. 내 삶을 위해 온갖 생명이 헌신하였다면 자신 또한 나누어 줄 수 있다. 혹자는 빈자들의 삶을 더 나태하고 자생력 없게 만들기 때문에 적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장발장을 회개시킨 미리에르 신부의 도움처럼 작은 도움이 하나의 생명을 살리고, 그들에게 재활의 힘이 될 수도 있다. 나누어 주는 사람은 단지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나누지, 결과를 핑계로 자신의 뜻을 바꾸지는 않는다.

여러 근거 중 제일 위에 둘 것을 정한 뒤 나머지는 보조적으로 나열한다. 반대에 대한 비판은 글에서 3분의 1이하로 쓰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상대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또한 반박할 때는 하나하나 나열하지 말고 대표적인 것 하나만 공격하는 것이 좋다.

생명이란 다른 생명이 함께 존재할 때 유지될 수 있고, 살아 있는 생명을 지키는 일은 가장 우선적인 가치이므로(근거), 선진국은 의무적으로 후진국을 도와야 한다.(주장)

주제를 문장형태로 쓰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그 문장 속에는 논의의 대상과 논의의 근거와 주장이 나와 있어, 자신이 무엇을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가 분명히 나타나게 된다.

1. 극단으로 빠지지 않도록 한다. '돕지 않으면 인간도 아니다. 굶어 죽든, 어떻게 살든 결국 모든 것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말은 논술이 아니라 싸움이다.

2. 애매한 중간론을 펴지 마라. 선진국이 빈곤국을 도와야 되느냐는 질문에 '국가의 원조는 강요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 원조는 가능하다.'라는 식의 답은 논지 일탈이다. 문제를 잘 보라.

논술에서 주제 정하기는 매우 중요하다. 입장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차근차근 풀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입장은 이미 여러분 속에 있다. 이 말은 삶의 가치관과 태도를 논술문을 작성하는 원고지 앞에서 고민하지 말고 일상 삶 속에서 문제제기하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기억하라. 논술은 현재적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금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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