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뚝 끊긴 후원 손길 "간식창고도 비었어요"

▲ 대구 수성구 파동에 위치한 아동보육기관인 애망원의 간식 창고가 군데 군데 비어있어 명절의 분위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정운철기자
▲ 대구 수성구 파동에 위치한 아동보육기관인 애망원의 간식 창고가 군데 군데 비어있어 명절의 분위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정운철기자

"아이들의 간식 창고가 텅텅 비었어요. 명절 때 받은 간식으로 이듬해 명절까지 나던 시절이 까마득하네요."

대구 북구 태전동에 있는 한 아동보육시설 관계자의 한탄 섞인 말이다. 4, 5년 전부터 줄기 시작한 명절 기부금과 후원 물품이 지난해부턴 아예 끊겼다. 명절과 상관없이 들어오던 후원 물품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도 명절이면 으레 과자나 라면을 푸지게 먹을 수 있다는 기억이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올해 열다섯 살인 김보민(가명) 군은 "초교생 땐 과자를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엔 추석 때 받은 용돈으로 직접 사서 먹는다."고 했다.

복지시설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이어졌던 온정의 손길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 4, 5년 전부터 줄기 시작한 성금과 후원 물품이 올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후원금을 받았던 아동보육시설조차 후원이 뚝 끊어졌을 정도다.

애생보육원(대구 동구 검사동)은 올해 후원을 아예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 가정도 풍족한 명절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는데 시설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종영(51) 애생보육원 원장은 "이달 들어 배 두 상자가 후원 물품의 전부"라며 "그나마 지난해에 비해선 후하게 들어온 편"이라고 했다.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도 지난해 9월에는 추석이 끼이지 않았는데도 550만 원의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올 9월은 추석이 있지만 40%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개인 기부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복지재단 대구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엔 개인기부자가 397명이었지만 올해는 259명에 그쳤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회복지시설의 후원 고갈 현상에 대해 "기부금을 받는 곳이 상설화, 다채널화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석표(40) 진명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같은 공신력 있는 상설기구가 운영되면서 개별 사회복지기관으로 들어가는 후원이 줄고 있다."며 "또 경기 침체로 개인 기부가 줄어드는 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단체 기부가 늘면서 거액의 후원금이 대형 상설기구로 쏠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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