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방 전성시대?'
19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의 한 주점. 선팅을 한 봉고차가 주점 앞에 서자 20대 여성 3명이 내려 바쁘게 들어갔다. 이들은 소위 시간당 2, 3만원씩 받고 손님 접대를 하는 속칭 '보도방 아가씨'들이다. 예전 룸싸롱, 주점 등에서 일하던 접대부들이 2005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을 피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보도방에 대거 몰리고 있다.
본사 기획탐사팀은 보도방 업주 A 씨를 만나 설득끝에 그 실태를 엿볼수 있었다.
◆출동 대기하는 여성들
기자는 업주와 함께 달서구의 한 원룸촌에 비빌번호를 입력하고 현관에 들어섰다. 집안에는 TV, 냉장고, 에어콘, 정수기는 물론이고 싱크대에는 그릇이 즐비했고 라면, 과자 등도 선반에 놓여 있었다.
방안에는 짙은 화장을 한 여성 6명이 있었다. 이들은 반바지나 체육복 차림을 한채 고스톱을 치거나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술집, 노래방 등에서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곧바로 출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모(23) 씨는 "다방에서 2년간 일했는데 지각하면 시간당 2만 원, 결근하면 하루 25만 원을 물어야 하는 등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접대부들은 유흥주점이나 다방, 룸싸롱 등에 근무하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돈 벌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옮겨왔다."고 했다.
보도방 업주는 "'악덕 업주'라는 것은 옛말이고 아가씨들이 상전중의 상전이다. 차량으로 출퇴근시켜주고 간식까지 제공한다. 결근비, 지각비는 물론 없다."고 했다. 여성들은 인터넷, 생활정보지 등에 '아가씨 구함'이라는 광고를 보고 자진 취업(?)한다고 했다.
이상영 유흥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관리국장은 "최근 여성접대부를 상주시키는 업소들은 거의 없고 보도방을 이용하는 업소가 상당수"라며 "여성들이 경찰 단속, 보건증 검사 때문에 업소에 매여 있기를 싫어해 몇년전에 비해 보도방 숫자가 3, 4배 늘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05년 시행된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보도방의 불법 영업을 부추긴 원인이 됐다고 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간사는 "특별법 시행 이후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지면서 성 산업이 음성화 되는 과정에서 불법 보도방이 많이 생겨났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유흥음식점 대구지회의 여성접객원 교육수료 인원은 2005년 1천924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740명으로 크게 줄었다.
대구의 보도방 수는 무려 700개 안팎에 달하고 여기에 고용된 여성 접대부는 4천명이 넘는다는게 관계자의 얘기다. 접대부가 2명부터 30, 40명이 넘는 곳이 있다.
◆불법이 퇴폐 영업 부추겨
"남성과 동침하는 소위 '2차'가 돈이 되죠. 노골적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기도 해요."
실제 보도방 여성 상당수는 하루에 한번 이상 성매매를 하고 있고 '따당', '따따당'의 은어에서 보듯 하룻밤에 두 세번 이상 매춘을 한다. 일부 퇴폐 노래방 등 에는 소위 '작업'이라 불리며 매매춘이 즉석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도방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은 뿌리깊은 남성 위주의 잘못된 음주문화와 욕구 충족을 위해 성(性)을 파는 젊은층들의 왜곡된 성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 보도방은 경찰 단속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 예전 직업소개소처럼 사무실을 임대해 운영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원룸, 가정집을 빌리거나 컨테이너박스, 봉고차 등을 사무실로 쓰는 등 음성화·지능화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단속된 보도방 숫자는 2005년 26건에서 2006년 21건, 2007년 9월 현재 11건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갈수록 적발이 어렵다."고 했다.
한 보도방 업주는 "보도방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단속에 대비하거나 가격담함, 접대부 공급 등을 한다."며 "경북 구미에는 50여곳의 보도방들이 음성적으로 '보도협회'를 구성해 활동중이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보도방이란?
룸싸롱이나 가라오케 등에 접대부를 보내주는 일을 하는 사무실을 일컫는 말이다. '보도(輔導)'라는 말은 '도와서 올바른데로 이끈다'는 의미지만 예전 직업소개소를 직업보도소라고 지칭한 것에서 유래돼 80년대 후반부터 쓰여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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