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길을 잃어 명찰까지 단 A씨(78·여)는 치매를 앓은 지 6년이 됐다. 밤마다 옷가지 등을 보따리에 싸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선다. 이 때문에 새벽잠에서 깬 가족들이 A씨를 데리러 나간 것도 부지기수. A씨 가족은 지난 4년간 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에 A씨를 맡기고 밤에 다시 A씨와 함께 지내지만 이들의 밤은 고통 그 자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A씨의 상태. 또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최근 노인전문요양시설에 A씨를 맡길까도 고민해봤지만 한 달에 70만 원 정도 들여야 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러겠노" 한숨을 내쉬는 B씨(87·여)가 치매를 앓은 지는 2년. 치매 외에 건강에 문제가 전혀 없어 가족들은 더 애가 탄다. 특히 스스로 이상하다는 걸 느끼는 B씨. 치매 초기과정을 겪고 있는 B씨를 보는 가족들은 혼란스럽다. 아주 잠깐씩 기억을 잃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2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치매의 날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치매노인 수는 약 40만 명 정도(표)로, 2020년에는 70만 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치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노하우를 나누거나 전해줄 기관이나 단체가 없는데다 치매 환자 가족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받아 줄 대책이나 인프라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 특히 조기진단을 통해 회복 가능한 치매 단계도 있지만 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치매 조기검진을 위해 전국 250개의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률이 극히 낮다. 대구의 한 보건소의 경우 스스로 찾아와 치매 조기검진을 받는 노인들은 1주일에 2명 정도. 그마저도 다른 일 때문에 왔다가 검진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65세 이상 노인들의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 부족은 정밀검진을 위한 보건소와 병원 간의 낮은 연계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높다. 이 보건소 관계자는 "치매라고 확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병원으로 가라고 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치매노인을 위한 주간전문보호센터도 대구에 단 한 곳밖에 없다. 이곳 역시 치매 대처 요령 등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치매어르신 부양가이드 발간, 치매어르신 부양가족 간담회 등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앞으로 늘어나게 될 치매노인을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자체 진단. 이곳 관계자는 "노인전문요양시설도 현재 대구에서는 1천 명 남짓 수용할 수 있는 정도"라며 "정부 차원에서 고령사회에 대비해 치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환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 진료부장은 "치매의 조기발견은 암이나 에이즈의 조기발견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치매 종류에 따라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도 할 수 있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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