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공연장 문턱을 맞추자

90여 개 소극장이 밀집한 대학로에선 이번 한가위에도 공연은 쉼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인파들을 보면서 영화관에 넘치는 명절 관객들로 혼잡한 동성로에도 연극공연이 진행되는 공연장이 있으면 하는 욕심이 슬그머니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대학로의 활발한 움직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연극 제작도 필연적으로 다양한 주체의 경제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이기에 경제효율 또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이다. 소정의 기업 후원금과 공공기금으로는 극장 임대료를 지불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공연 제작비를 조달함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관객이 지불하는 입장료 수입이다. 몇 개월씩 또는 무기한 장기공연을 시도하는 작품 수가 증가하는 요인도 장기공연에 성공할 경우 높아지는 경제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연극성'이라는 것은, 말은 어려운 듯하지만 결국 '재미'로 수렴한다. 무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희극이 주는 재미는 관객을 모은다.

이런 추세에 편승하여 최근 대학로에서는 베스트셀러를 각색하거나 영화와 방송드라마의 판권을 구입하여 뮤지컬 또는 연극으로 제작하는 작품들이 증가하고 있다. 영화든, 연극이든 그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구조가 "있을법한 일이야."라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다면 비록 예술성이 낮아도 꾸준히 관객이 증가하고 공연수입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매번 새로운 공연레퍼토리를 준비하는 대구의 공연제작자와 극단도 대학로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대구연극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배우, 연출, 스태프, 작가, 관객 등 지역의 연극 제작환경이 대학로에 비하면 열악한 현실이지만 역설적으로 공연제작자와 극단이 그 환경에 너무 안주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곤 한다. 관객과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을 하고 관객이 공감할 수 없는 시대성과 무관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없는지 조심스럽게 자문을 하곤 한다.

지역의 공연 제작자와 연출자는 잘 다듬어진 희곡을 찾아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올리는 작업을 주요 활동으로 하여야 한다. 작가 또한 창작에만 매달리기보다 화제가 되고 있는 원작의 각색 작업에 한번쯤은 도전하는 것도 좋다. 현재보다 더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즐겁게 찾아 올 수 있도록 공연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관객 스스로가 공연장을 찾아오도록 공연장 문턱을 맞추자. 관객과 제작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연극을 말하지 않을 때 대구 연극은 한 단계 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광우(문화예술전용극장 C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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