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血稅 잡아먹는 '위원회 천국' 대수술을

국회가 방만한 정부 산하 위원회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정부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 스스로가 아닌 입법부에서 위원회 난립에 따른 기능 중복과 예산 낭비의 폐해를 보다 못해 나선 것이다. 고집스런 정부가 선뜻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참여정부가 위원회공화국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여론을 일축해 왔다.

현 정권 들어 정부 각 부처 산하에 새로 들어선 위원회가 52개에 이르고 있다. 김대중 정권 때 364개에서 416개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28개로 2배가 늘었다.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도 무려 52개다. 이쯤이면 정부 사람들조차 해당 위원회를 찾으려면 한참을 헤매야 할 것이다. 정책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름을 붙여 무분별하게 설치한 결과다. 오죽하면 감사원에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나는 폐지하라 했을까.

작년 한 해 동안 단 한 차례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도 있고, 겨우 한 번 연 위원회도 꽤 있는 모양이다. 감투만 쓰고 앉아 놀고 있는 위원회를 국민이 꼬박꼬박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종 위원회에는 장관급 자리가 40개, 차관급이 96개로 이전 정부보다 크게 늘었다. 이 자리에 들어가는 연봉과 판공비도 만만찮지만 국정 혼란의 부작용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작부터 위원회의 월권이 정부 부처의 고유 기능을 침해하고 행정의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비명이 들려왔다.

지금 같은 어지러운 위원회 운영은 부처 이기주의 극복과 특정 현안 집중의 순기능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정시스템을 무너뜨리고 국민 혈세만 잡아먹고 있다. 차제에 엄격한 설치, 권한에 상응하는 의무, 한시적 운용 원칙으로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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