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전자여권 도입이 본격화 될 방침이다. 미국이 한국민에게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을 확대 적용하는 전제조건으로 전자여권 사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 전자여권이란 안면(얼굴)'지문'홍채 등 여권 소유자의 생체정보를 담은 칩을 붙인 여권을 말한다. 사람마다 색소의 분포에 따라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고유한 지문을 가지고 있어 개인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조만간 시작될 전자여권 발급.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봤다.
▲전자여권이란 무엇인가?
전자여권(e-passport)이란 바이오정보(Biometric Data)를 내장한 집적회로(IC : Integrated Circuit)칩이 탑재된 기계판독식 여권(Machine Readable Passport)을 말한다. 전자여권의 외형은 현행 여권과 큰 차이는 없으며, 다만 여권의 뒷표지 속에 전자칩이 내장되게 되며 여권 표지에 전자여권 로고가 붙게 된다. 전자칩에는 여권번호 및 인적사항 등 신원정보면(Data Page)에 기재되어 있는 정보와 바이오정보가 수록된다.
▲ 어떻게 발급받나
내년 7월부터 여권을 발급받고자 하는 사람은 직접 여권 발급기관을 찾아 지문과 홍채 정보 등을 찍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을 토대로 하는 여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연히 앞으로는 여행사나 대리인 등을 통한 여권 발급 신청 대행이 불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법안대로라면 설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여권이 필요하다면 직접 관공서를 찾아서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 다만, 지문채취가 불가능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대리신청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여권법 개정안이 올가을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분기 중 외교관과 공무원 등 관용여권을 상대로 시범 발급하고, 내년 7월부터는 모든 신규발급 신청자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구 지역에서 여행사'가족 등을 통해 대리 여권발급을 신청하는 비율은 40% 정도. 전자여권 발급이 시행되면 수요가 증가하는데다 지문 인식 등의 업무가 추가되면서 지금보다 여권 발급 업무가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광전자여권은 내부에 지문 등 여권 소유자의 개인정보가 칩 형태로 내장돼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여권 발급비용 5만5천원 보다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여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든다. 이를 위해 한국조폐공사는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 안에 'ID본부'를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전자여권 외에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국가사업에 필요한 첨단 보안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전자여권 발급이 시행되는 7월, 업무량 폭증으로 지난해 여름 사진을 스캔 처리하는 전사식 여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여권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여권 접수기관 확대와 인터넷 접수 예약제 시행 등으로 전자여권 발급 적체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66개 기관에서 160~200개 기관으로 여권 발급 업무가 확대될 예정으로 있는데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특정 접수창구에 여권 신청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구에서는 현재 여권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대구 시청 외에 수성구'달서구'동구'달성군에 비자발급 업무 확대 우선 시행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대구시청 종합민원실 김진상 계장은 "일단 8개 구군 모두 신청을 했지만 외교부에서 장비 부족 등의 한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현재 우선 확대 신청을 한 구군에서는 이미 장소와 인력 등을 확보하고 내년도 예산에 필요한 경비를 반영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 기존 여권 사용은 가능하나
전자여권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유효기간이 끝날때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여권을 가지고는 미국 무비자 입국을 할 수는 없다. 여권의 유효기간이 남아있더라도 미국 무비자 입국을 원하면 전자여권을 발급 받아야한다. 내년부터 신규여권은 전자여권으로만 발급 받을 수 있다.
▲ 전자여권의 장점은
여권의 위변조 방지를 통한 여권 보안성 강화다. 전자칩은 1회에 한해 정보 입력이 가능하므로 칩에 내장된 정보를 수정'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각 전자칩에 부여되는 일련번호 및 고유 암호키에 의해 관리되므로 전자여권을 위변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또 해외여행시 출입국 편의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주요 전자여권 도입 국가들은 자동 출입국심사가 가능한 무인 출입국심사대 (auto-gate) 도입을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자동화 출입국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무인 심사대를 이용할 경우 전자칩과 여권 소지인의 실제 안면 또는 지문 정보의 대조를 통해 여권 소지인의 진위확인이 가능하므로, 보다 빠르고 편리한 무인 출입국심사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무엇?미국은 9'11 테러이후 '국경 보안과 비자 개혁 법안(Enhanced Border Security and Visa Entry Reform Act)'을 제정했다. 이것이 바로 비자면제를 받는 국가들에게 전자여권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법안이다. 현재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국가는 총 27개국으로, 대부분이 EU의 국가들이며, 일본,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생체여권(전자여권) 도입은 민감한 생체정보가 국제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여권법 개정안'에 대해 "지문 정보 등 생체 정보는 생태성, 일신 전속성, 영속성의 특성이 있는 아주 민감한 정보이므로, 그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있어서도 다른 개인정보 보다 더 엄격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수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자여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IT업계 관계자들은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우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자여권은 기존 여권의 일반 정보와 얼굴'지문 등 바이오인식정보를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을 스마트카드 칩에 담은 것으로 이 암호기술을 현존하는 기술로 풀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또 전자여권에는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통신차폐막 표지를 장착해 여권을 펴지 않고서는 정보를 얻어낼 수 없으며, 판독기에 10∼15㎝로 근접시켜야 읽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안전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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