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정적 운영…'대여'가 답이다

불황 속 창업 리스크 줄이기

▲ (사진 위)
▲ (사진 위)'까꿍 아기사랑' 박성배 사장. (사진 아래)'신화헬스스트림' 박창오 사장.

불황의 늪이 지루하게 길다. 창업하는 사람들은 물건이 안 팔려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럴수록 발상의 전환으로 재미를 볼 수 있다. 일부 가게들은 단순 판매에서 벗어나 대여의 길을 선택한다. 판매보다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빌려주는 일을 같이 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유아용품 대여 짭짤해요"

1998년 문을 연 유아용품점 '까꿍 아기사랑'. 한 때는 660㎡ 규모의 대형 매장을 자랑했지만 최근엔 대구시 남구 봉덕동의 한 작은 가게로 매장을 옮겼다. 6개월 전부턴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소매만 할 뿐 주로 도매나 대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성배 사장은 "요즘 대형병원 인근에 유아용품점이 많이 생긴데다 인터넷으로 인해 장사가 안 돼 사업 축소를 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소매를 줄이는 대신 대여를 선택했다. 최근 아기 엄마들 사이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유아용품 구매보다 대여를 선택하는 알뜰 엄마들이 늘고 있기 때문. 더구나 올해는 유난히 출산이 늘면서 대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많게는 하루에 10건 이상의 신청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유아용품의 경우, 비용도 비용이지만 나중에 처분하기가 곤란한 점도 있다."고 했다.

이곳에선 주로 흔들침대나 보행기, 유축기, 아기침대 등이 인기 대여용품들이다. 유아용품 중에서 값이 비싸면서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주로 나간다는 것.

박 사장은 대여업을 하면서 위생과 안전은 철저하게 지킨다고 했다. 아기들이 사용하는 것이니만큼 빌려줄 때마다 스팀 소독과 알코올을 이용한 걸레질 등 이중, 삼중으로 소독 및 청소를 한다는 것. 또 물건에 이상이 있을 때는 즉시 물건 교체나 A/S를 한다. 혹 이를 등한시하면 입소문을 타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여유분의 물량과 이를 보관할 만한 공간만 있다면 대여업이 괜찮다."고 소개했다. 초기 투자만 잘 하면 중간중간에 물건 교체 외에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가게를 꾸려갈 수 있다는 것.

◆"러닝머신 의외로 많이 빌려가요"

박창오 신화헬스스트림(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사장은 1998년 명예퇴직한 뒤 헬스·의료기기 판매점을 차렸다. 사업 초창기엔 헬스 열풍으로 매출이 좀 오르는가 싶더니 2003년부터 본격적인 불황이 찾아왔다. 박 사장은 "사람들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고가의 헬스 장비 판매가 뜸해졌다."고 회상했다. 더구나 헬스 용품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더욱 그러했다는 것.

박 사장은 문득 대여를 생각했다. 고가의 헬스 장비를 빌려주면 가게는 안정적인 매출을, 고객들은 저렴한 비용에 헬스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 또 고객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대여를 통해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박 사장은 이런 생각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2003년부터 대여업을 병행하기 시작한 것.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박 사장은 "장기 출장 온 사람이나 산후조리하는 엄마, 헬스장에 갈 시간이 없는 학생 등 빌려가는 사람들이 다양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일단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사자.'는 실속 위주로 인식이 바뀐 것도 대여업을 키운 요인이다. 특히 러닝머신 같은 것은 사놓고 몇 달 사용하다 그냥 방치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박 사장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선 일단 빌려서 사용해보고 과연 계속 활용하는가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박 사장은 대여업에서 A/S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S가 며칠 늦으면 일주일 정도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고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준다는 것. 그렇게 해야 입소문을 타고 대여를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생긴다고 했다. 앞으로 박 사장은 대여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안마의자 등 의료기 대여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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