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매존은 200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타와 링스에서 방어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호투를 거듭하던 시즌 후반인 8월말, 그는 생애 첫 메이저리그의 선발을 통보 받았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매존은 감격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던지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경기 당일 하루 종일 내린 비로 경기는 속절없이 취소되어 버렸다. 무거운 걸음을 되돌리는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운명의 날이 되어 버렸다. 페이스가 좋았던 시기여서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그랬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었다.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뛰던 매존은 올 시즌 윌슨의 조기 퇴출로 삼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대구 시민야구장 근처의 아파트에 숙소를 얻은 매존은 다른 여느 용병들과는 달리 사생활을 거의 갖지 않았다. 좋은 몸 상태를 갖기 위해 휴식을 취하며 개인 훈련에 전념했다. 집안에도 연습공간을 만들어 폼을 연마하거나 근력을 단련하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쉬는 날에는 인근의 헬스 클럽을 찾았고 오직 야구에만 몰두하는 집념과 열정을 보였다.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완벽한 피칭을 구사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운은 한국에서도 계속됐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어이없는 실책이 겹치면서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매존은 야수들의 탓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피칭을 하지 못한 자신의 탓으로 질책했다.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던 매존에게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 9월2일 SK와의 문학구장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그날 매존은 자신의 피칭에 대해 완전히 자신감을 갖게 됐다. 19번째 등판만에 실로 처음 느껴보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커브의 각도도 제구력도 모두 원하는 대로 구사되었고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이제 이것으로 한국야구에 완전히 적응되었다고 생각됐다는 기쁨에 그는 코치에게 앞으로의 경기에 더 이상의 부진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한순간의 꿈이었을까? 8월 중순 이후 비가 잦아지면서 취소되는 경기가 늘어났고 매존은 무려 11일이 지난 9월13일에야 한화 전에 선발로 나서게 됐다. 다소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매존은 2사 만루에서 고동진에 3타점 3루타를 허용하고 초반에 무너지고 말았다. 다음 등판일은 역시 우천으로 8일이나 지난 9월20일 SK 전. 3회에 이호준에 역전 홈런을 허용하고 연이은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브라이언 매존에게 비는 참으로 악연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무엇인가 될 만 하면 찾아와 방해하는 불청객이다. 한동안 그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심지 깊은 그는 어김없이 묵묵히 그의 길을 갈 것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하늘이 야속한 날은 있게 마련이니까.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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