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 직장인)이런 봉사모임…미아예방 인형극단

"아이들 눈빛 보면 공연 피곤함 모르죠"

▲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 이성재, 강정숙 씨가 미아예방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 이성재, 강정숙 씨가 미아예방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해 전국에서 길을 잃은 미아(迷兒)는 4천64명. 2002년 2천871명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 1986년 이래 아직까지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장기미아도 680명에 이른다.

한국전력 대구지역본부에 근무하는 30~50대 직원 10명으로 구성된 '빨간모자 꼭꼭이 막대 인형극단'. 5~7세 어린이들이 길을 잃었을 때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형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한전 대구사업본부 행정지원팀 이성재(44) 씨. "인형극을 공연하고 싶은 사람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했지요. 지난해 10월부터 1주일에 한 번씩 복지관에 모여 2, 3시간씩 인형극 연습을 했습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인형극이 처음엔 쑥스럽기도 했지만 미아 발생을 막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더욱 힘을 냈다.

이렇게 해서 인형극단 회원들은 지난 4월부터 어린이집 등을 찾아 매월 한 번씩 인형극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 먼저 빨간모자를 쓰고 꼭꼭이 캐릭터 복장을 한 한전 대구사업본부 김원형(51) 씨가 10분 동안 마술 공연을 해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다음에는 직원들이 무대 밑에 숨어 막대와 줄로 꼭꼭이, 엄마, 늑대, 전화기, 경찰관 등의 인형을 움직이면서 인형극을 선보인다.

인형극의 줄거리는 엄마 심부름을 가던 어린이 꼭꼭이가 늑대의 유혹으로 길을 잃었다가 '멈추기' '생각하기' '도와주세요'란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고,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인형극이 끝나면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노래와 율동으로 행사를 마무리한다.

대구사업본부 간호사로 일하며 인형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강정숙(50·여) 씨는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공연을 지켜보는 어린이들을 보면 피곤한 줄 모른다."며 "노래를 두번만 듣고도 따라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이 씨도 "처음 공연을 할 때엔 어린이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금방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열렬하게 호응하는 애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멈추기, 생각하기, 도와주세요." 그리고 "내이름 전화번호 부모님 이름 꼭꼭 기억해요."란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듣고, 기억해두면 미아가 됐을 때 어린이들이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인형극단 단원들의 얘기다.

한전에서 근무한지 25년 된 강 씨는 "전깃불이 어둠을 밝히는 것처럼 작은 힘이나마 어려운 분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얼마전까지는 직장에서 먹고 마시는 모임이 많았지만 이제는 봉사하는 모임이 활성화됐다."며 "봉사에 눈을 뜨면서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맛보고 있다."고 얘기했다.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 직원 1천159명은 인형극 공연 외에도 전 직원이 봉사단원이 되어 무료급식, 보육원청소, 의료봉사 등 사회봉사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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