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송편 만든 손 퉁퉁 부어

2007년 추석에는 출발도 하기 전 시백모님께 전화가 왔다.

"질부야∼ 일찍 와도 할 일 없는데 늦게 오던지 아님 추석날 아침에 오던지 하거라. 내가 5시에 일어나 굽고 다했다." "네. 벌써 다 하셨다고요."

미안한 마음 가득 안고 출발하였다. 도착해 보니 정말 소쿠리 가득 음식들을 해놓으셨기에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방앗간을 하는 사촌동서 가게로 발길을 옮겼다. 방앗간은 주문받은 송편을 만들어 내느라 분주하였고 굴뚝에 연기가 정신없이 쏟아 오르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분주하니 송편을 만들기 바빴다. 나도 기계 옆에서 기계와 같이 송편 만들기를 거들었다. 옛날에는 전부 다 사람 손으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기계화가 많이 되어 말랑말랑하고 가지런한 송편들이 기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계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람이 해야하는 일이 많았다.

하나하나 만들어 송편 판에 한 줄로 나란히 줄을 세우고 찜기 속으로 넣으면 한참 뒤 따끈하고 윤기 나는 송편으로 태어났다. 나는 일을 하면서 연방 따끈한 송편을 입 안으로 넣었다.

쫀득하니 정말 꿀맛이었다.

한참을 했을까 인절미 주문이 있다면서 콩가루 고물에 찰떡을 버무리니 노란 옷을 입은 고소한 인절미가 나왔다. 배가 불러 더 이상 송편을 못 먹을 즈음 "송편 주문 끝!'을 외치는 아주버님의 외침과 함께 방앗간 일은 마무리되었다. 추석날 아침, 송편을 만든 탓인지 손아귀가 통통 부어 세수도 할 수 없을뿐더러 차례상을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손마디가 뻐근하니 이상했다. 그래도 아픈 단 말은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갈수록 손아귀는 통통 부어 오르고 손목까지 이상기온이 발생한다.

그릇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기에 하는 수 없이 끼니를 배달시켜 먹어야 했다.

이동연(대구시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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