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청려장

長壽(장수)는 제한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가장 큰 소망 중 하나이다. 산다는 게 지겨울 때도 있고.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염원이다. 세계 최고령 남성인 일본의 다나베 도모지 옹조차도 최근 112회 생일을 맞아 "영원히 살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입으로는 '적당히 살고 가야지' 하면서도 오래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다. 전 세계적 웰빙 바람도 결국 장수의 소망에 다름아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에겐 '壽福(수복)'이 인생살이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오래 사는 그 자체가 복이었고, 복 많은 사람치고 장수하지 않은 사람도 없었다. 새파란 나이의 夭折(요절)은 薄福(박복)의 대명사였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靑藜杖(청려장)은 장수 염원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로서 가볍고 탄탄하고 모양도 좋아서 예부터 노인들에게 주어진 귀한 선물이었다고 한다. 중국 後漢(후한) 때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나하면 통일신라시대부터 임금이 장수 노인에게 직접 이를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도 청려장 풍습이 이어졌다. 나이 50세가 됐을 때 자식이 아비에게 바치는 지팡이는 家杖(가장), 60세 때 마을에서 주는 것은 鄕杖(향장), 70세 때 나라에서 주는 國杖(국장), 80세가 되어 임금이 하사한 것은 朝杖(조장)으로 각각 불렸다 한다. 退溪(퇴계) 李滉(이황:1501~ 1570) 선생이 짚고 다녔던 청려장이 지금도 안동의 도산서원에 보관돼 있다. 1596년에 간행된 '本草綱目(본초강목)'에도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고 민간에서도 이것이 신경통에 좋다하여 귀한 지팡이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10월 2일은 열한 번째 맞는 '노인의 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00세가 돼 청려장을 받는 노인은 684명으로 사상 최대라고 한다. 9년 전인 1998년만 해도 117명에 불과하던 수여 대상자가 2005년 501명으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2년 만인 올해는 급기야 700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100세 이상 노인 수는 1천5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2005년 961명에서 엄청난 속도로 늘었다. 인간의 오랜 꿈이던 '100세 시대'가 바야흐로 문을 열어가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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