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수학 여행, 존재 의의부터 재검토를

경기도 모 고등학교 중국 수학 여행단 중 일부 학생들의 일탈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많은 국민들은 이 소식에 놀라고 분개했다. 학생들 지도를 어떻게 했느냐?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 저가 수학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

그런데, 수학 여행은 왜 가야 하는 걸까?

학교의 입장에서는 단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 단결심을 기르고, 우리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일상을 벗어나 자연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을 맛보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수다 떨고, 장난치면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방해받지 않는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것이다.

경제 사정이 어렵던 시절 수학 여행은 그야말로 소중한 교육 활동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에게 집과 학교 이외의 곳으로 여행을 가 문화 체험을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저렴한 비용으로 국토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수학 여행은 큰 의의가 있었다.

물론 그때도 우려할 만한 일들은 있었다. 술과 담배를 배우게 된다든지, 이성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게 표출된다든지, 영웅 심리의 발현으로 패싸움을 벌인다든지, 그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세상이 단순했고, 가정의 교육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의 권위도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 가정에서 가족끼리 여행을 한다. 물론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많지만 일반적인 현황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국내 웬만한 곳은 어릴 때 가 보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곳을 찾게 되고, 글로벌 시대 등의 이론을 배경으로 국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런 반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에 힘입어 세상은 복잡해졌고, 가정의 교육력은 거의 사라졌다. 교사의 권위도 인정받지 못하고, 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부추기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여행의 모습은 변하지 않고 있다. 보통 수학 여행단은 400여 명 이상의 학생과 교사 10여 명으로 구성된다. 교육적 프로그램의 진행은커녕 통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수학 여행을 기본(zero base)에서부터 다시 설계해 볼 때다. 존재 의의가 있느냐부터 검토해 보자. 존재 의의가 없다면 과감히 폐지해 버리자. 존재 의의가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방법으로 적용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개별적인 이수제, 도농 결연제 등도 검토해 볼 만하다.

문제는 국내든, 국외든 여행지가 아니다.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적용이 문제다.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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