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인근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다. 빵집과 꽃집이 있고 서점과 안경점이 있으며 복사가게와 휴대전화가게 그리고 편의점이 늘어서 있다. 그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는 것은 먹고 마시는 음식점이다. 자장면집을 비롯해 식사를 하는 곳, 간단한 휴식과 담화를 위한 커피숍, 회포를 풀고 낭만을 즐기는 호프집이 있다.
정말로 많은 가게가 있다. 그리고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밤낮이 따로 없다. 북적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듣고 보니 대학생만이 아니라 젊은 직장인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거주하는 일반인들도 도심으로부터 일부러 이곳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젊음의 분위기가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젊은 독신 생활자들은 아예 대학 캠퍼스 부근의 대학촌으로 주거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을 학기에 접어들어 대학원 세미나 발표회를 가졌다. 이러한 학과 행사가 끝나면 흔히 발표준비에 기울인 그 노고를 위로하고 미진했던 학술적 토론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펼치기 위하여 저녁 식사를 겸하여 한잔 하러 가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출입문을 나서면 그렇게도 많은 음식점이 즐비해 있는데도 매번 어디로 가야할지 그 장소를 선택하느라고 고심을 한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학과의 교수 학생 전원이 골똘히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곳이 머리에 떠오르질 않는다.
그렇다고 대단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교수 학생 합쳐 이십여 명이 가볍게 이동하여 맥주나 소주 한잔을 나누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조용한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대개는 좌석배치가 원활하지 못해 함께 둘러앉기에는 궁색하고, 더 큰 문제는 시끄러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은 십 년 이상을 매번 이럴 때에 가고 있는 소박한 칼국수 집을 또다시 찾게 된다.
대학가에 대학인의 모임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수업 후에 또는 세미나가 끝난 후에 교수와 학생이 함께 갈 수 있는 장소가 없다. 고급 인테리어로 꾸민 카페도 있고, 다양한 게임과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과 상영관도 있다. 노래방도 있고 스낵바도 있다. 현란한 간판을 내건 식당과 주점이 정말로 많다. 그런데도 대학인을 위한 애프터 미팅의 장소가 없다. 이 말은 어쩌면 대학문화가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민주식(영남대 조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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