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상한 낙향'

지난해 이맘때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겠다는 곳이 궁금했다. 한적한 시골 정경이 느껴졌고 잡초에 덮인 빈집들까지 눈에 띄었다. 주말인데도 동네 복판을 민 대형 주차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손자를 데리고 생가에 놀러온 마을 할머니는 "대통령 당선 직후와 탄핵으로 시끄러울 때는 관광버스가 밀려들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묻지도 않은 얘기를 들려주면서 "노 대통령이 이 동네에서만 네 번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어머니가 자녀 교육열이 있어 집을 팔아가며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생가의 크기를 감안하면 집을 줄여 나간 세월이 힘들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노 대통령이 사법고시 공부를 하기 위해 마을 건너편 야산 자락에 직접 오두막을 지은 것도 집이 협소했기 때문일 거라고 할머니는 말했다.

우연찮게 대통령 형 노건평 씨를 만났다. 하릴없이 마을 뒤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특별한 경계심 없이 낯선 방문자를 대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 화제는 대통령의 낙향이었다. 그는 뜻밖에도 "(낙향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했다. 무슨 소린가. '타의 반'이라니. 대통령 스스로 고향으로 돌아가 시를 쓰거나 농촌복원 운동 같은 것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타의 반'의 말뜻이 궁금했지만 캐묻지 않았다. 뒤이은 건평 씨의 몇 마디와 표정에서 다만 유추할 뿐이었다. 그에게는 세상이 노 대통령을 몰라준다는 원망이 잔뜩 서려 있었다.

그래서일까. 대통령의 낙향 준비가 알려진 것보다 요란해지는 모양이다. 주간조선은 대통령 사저 부지(4천290㎡)를 둘러싸고 있는 땅 14개 필지 3만 989㎡를 형 부부'고교동창'후원자 측근 등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거대한 '노무현 타운'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우정 차원에서 생가를 구입하거나 귀향 발표 이전에 주변 땅을 구입한 것"이라 반박했지만 어쨌든 대단한 규모다. 여기에다 중앙일보는 마을 입구 쪽에 '이상한 고급 빌라' 14가구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시골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330㎡ 가까운 가구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귀향하면서 챙긴 이삿짐은 서류뭉치가 전부였다. 부인과 청빈한 말년을 보내다 마을 공동묘지에 묻혔다. 노 대통령은 '버림의 정치'를 자찬해 왔다. 지금 금의환향하고 있는 건가.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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