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상회담, 쇼가 아닌 실질 보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이 차려진 평양에 도착했다. 국민들의 기대와 경계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을 꼽으라면 국민들의 반응이 7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뭔가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들떴던 6'15와 달리 이번 회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6'15 회담이 새로운 남북관계의 서장을 연 1막이라면 10'3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구체적인 도면을 만들어내야 하는 2막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절제된 감정으로 정상회담이라는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식의 기저에는 시쳇말로 쇼(보여 주기)는 할 만큼 했으니까 혼신을 담은 연기(감동 주기)를 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손님을 맞고 맞이하는 하루를 보내고 오늘부터 실질적인 회담에 들어간다. 남북 두 정상의 입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한반도 비핵화든 평화선언이든 혹은 인권이든 군축이든 경협 확대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반도의 주인인 민중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그 무엇이면 된다. 분단을 초월하고 체제와 기득권을 뛰어넘는 진실한 합의와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두 정상만 감격의 포옹을 하고 악수하는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남북한 모든 민중이 서로 손을 맞잡고 기뻐하는 그날이 앞당겨지도록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요청이자 시대적 소명이다. 적당한 언설로 현 상황을 포장하고 덮어 국민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클라이맥스까지 길이 멀지만 2막에서 해야할 것은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회담 결과를 국민 모두에게 보고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