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침개
부침개는 비오는날 부쳐먹어야 제맛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가을 제철 음식으로 부쳐먹는 부침개 맛도 일품이다. 특히 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을 채썰어 노릇노릇 전을 부쳐먹는 맛은 가을이 내 입 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팔공산 갓바위 뒷길에 자리잡은 '솔매기식당'은 부침개로 유명한 집. 호박전을 비롯해 감자전, 버섯고추전이 이 집의 가장 잘팔리는 메뉴 중 하나다. 어쩜 그리 바삭바삭하게 부침개를 부쳐낼 수 있는지 궁금해 주방을 들여다봤더니 덩치 큰 장정 한명이 커다란 프라이팬 앞에서 전을 굽고 있었다. 조리사 자격증까지 갖추고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이 집의 둘째아들 장용길씨였다.
10년째 전을 부치다보니 웬만한 종갓집 종부보다도 전부치는데는 자신있다는 장 씨는 "기름을 충분히 두르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며 "넉넉하게 기름을 둘러 살짝 튀겨낸다는 기분으로 전을 부치면 노릇노릇, 바삭바삭하게 익은 맛있는 부침개를 만들수 있다."고 귀뜸했다. 호박전의 경우 부침개가 거의 익어갈 때쯤 프라이팬 뒤집개를 세워 부침개에 세로 줄을 만들어 주는 것도 비법이다. 이렇게 하면 기름이 속속들이 베어 안까지 잘 익힐수 있다는 것.
이 식당에서 일년에 소비하는 늙은 호박만 해도 300덩이가 넘는다. 호박은 가장 맛있게 익었을 10월 쯤 일년동안 쓸 사용량을 수매해 저장해 놓고 사용한다고 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새송이버섯과 매운 고추가 함께 어울어져 청량감을 주는 버섯고추전과, 감자를 채썰어 부쳐내는 감자전도 이 집의 별미다.
△전어
가을 별미를 손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어(錢魚)다. 별별 속담이 많기도 하지만 전어의 맛에 대한 칭송은 옛 문헌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에 쓴 '자산어보'에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되어 있고, 조선 실학자 서유구의 저서 '임원경제지'에는 "기름지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서 파는데 신분의 귀하고 천함이 없이 모두 좋아한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라 한다."고 적고 있다.
'가을 전어'를 으뜸으로 치는데는 이유가 있다. 월동준비를 위해 가장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철이 바로 9월과 10월 사이라는 것. 지방함유도 봄의 3배 가까이 증가하고 뼈도 부드러워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전어 요리법으로는 세가지가 대표적이다. 뼈째 썰어먹는 전어회, 상큼한 초고추장과 갖은 야채를 버무린 전어무침 그리고 석쇠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전어구이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손꼽히는 것이 바로 전어구이다. '전어굽는 냄새에 집 나가던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 바로 그맛. 전어에 사선으로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린 뒤 숯불을 피운 석쇠위에 얹어두면 익을 수록 노란빛의 기름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며 특유의 고소한 향기가 먼저 입맛을 유혹한다.
올해는 전어 어획량이 많아 시중에 유통되는 전어의 70% 가량이 자연산이라고. 바다야 ○○○사장은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는 꼬리에 있다."며 "자연산은 꼬리의 곡선이 날카롭고 찢어져 있는데다 약간 노란빛을 띄지만 양식은 꼬리의 곡선이 부드럽고 완만하며 꼬리 전체가 검은색을 띈다."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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