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팀이 탈레반에게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섬뜩함을 느낍니다. "아차 했으면?" 10년이 다된 기억이 새롭습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접경지역, 무장한 군인이 활주로에 엎드려 있던 그 험한 땅을 종횡무진 쏘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인도가 좋았습니다. 인도의 묘한 매력에 홀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인도는 차도보다 안전하다"는 설렁한 농담으로 아이들을 인도로 유인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저질러버리던 시절, 선배님이 꾸리는 선교팀에 자원합니다. 사물놀이도 배웁니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모른 채 힘 좋다는 이유로 징 연주를 맡았습니다. 카메라맨도 겸업하기로 합니다.
뭉바이공항의 안개 카펫, 멋진 영접을 받습니다. 출입구 양측에 시체마냥 널브러진 사람들의 눈망울이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짐을 꾸려들고 택시를 탑니다. 공항을 돌아 나오는 모퉁이 정면에 대형 입간판 하나가 떡하니 섰습니다. 'DAEWOO' 낯익은 우리기업의 이름, 가슴 벅찬 감동입니다. 냉전붕괴의 틈바구니를 파고든 대우가 인도를 전리품으로 챙긴 것입니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 속을 최고 속도로 달립니다. 영국을 따른 교통체계, 반대로 된 차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차가 스칠 때마다 꺅~, 꺅~ 역주행의 스릴을 만끽합니다. 미소로 일관하던 기사, 심한 호들갑에 한마디 던집니다. "No Problem"
예약된 숙소에 도착합니다. 방이 없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것입니다. 헌옷가지며, 잡동사니 구호물품이 담긴 짐들이 산더미 같습니다. 기웃거려 본 숙소마다 거절을 당합니다. 진퇴양난, 보스의 결정이 내려집니다. "타지마할 호텔로 가자"
뭉바이 최고의 호텔입니다. 하루숙박료가 수 백 만원에 달하는 VIP룸이 즐비합니다. "여기에 진을 치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짐을 한곳에 모으고 끈으로 짐과 짐을 연결합니다. 그리고는 짐을 가운데 두고 잠자리를 마련합니다. 짐 위에도 몇 자리를 마련합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자, 이제 자자"
눈부심이 너무 강합니다. 부스스 눈을 떠다가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늦잠을 잔 것입니다. 중천에 뜬 해가 웅장한 타지마할 호텔에 걸려 있습니다. 재미거리를 찾은 수많은 눈들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습니다. 비둘기 무리까지 합세하여 푸덕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색깔, 야릇한 냄새, '아~ 여기가 인도구나' 인도의 첫날밤은 그렇게 타지마할 호텔 앞에서 보냈습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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