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용 세탁기는 Made in Daegu" 화성세탁기

85년 창사 3년만에 평정…R&D·AS 양날개 '장기집권'

▲ 고창오 화성세탁기 회장(왼쪽)이 김원희 사장과 함께 생산된 완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고창오 화성세탁기 회장(왼쪽)이 김원희 사장과 함께 생산된 완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가정용 세탁기는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들의 잔치다. 하지만 산업용 세탁기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분야에서 대구가 메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구에서 내수 80%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업체가 있다. 성서 3차단지에 위치한 화성세탁기. 20년 가까이 내수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고창오(54) 화성세탁기 회장은 "끊임없는 R&D와 A/S"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대구의 산업용 세탁기 성장은 과거 섬유가 밑거름이었죠. 염색기술이 필요하다보니 자연스레 세탁기계류가 만들어졌죠. 대구의 세탁기 제작기술은 거의 40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되었어요."

고 회장은 대구의 산업용 세탁기 역사로부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일제 세탁기가 대세던 시절. 품질에서 뒤진 대구 업체들은 '와신상담'했고 조금씩 그 격차를 줄여 서서히 일제 세탁기 자리를 대체했다.

이 업체의 창립은 1985년. 하지만 3년 만에 산업용 세탁기 업계를 평정했다. 이 업체의 브랜드 'ASA'나 'SELF'는 세탁업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고 회장은 "회사를 만들기 전에 몇몇 특허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부하가 없는 위상변압장치나 고속에서 분사해 세탁물을 더 깨끗이 하는 스프레이분사장치 등이 그것이다. 과거 기계 업체에 다니면서 기술경연대회에서 입상도 하는 등 뛰어난 고 회장의 손기술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화성세탁기가 업계 1위를 빼앗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꾸준한 R&D 때문. 순수익의 30% 이상은 꾸준히 R&D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 회장은 "한때 경쟁 업체들이 우리 회사를 따라잡기 위해 갖가지 루머도 퍼트렸지만 항상 새로운 기술을 개발, 앞서갔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격 경쟁은 얼마 가지 못하고 R&D를 안 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고 회장은 직접 R&D를 진두지휘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비결은 누구나 인정하는 A/S라는 것. 현재는 전국 직영점과 대리점이 적잖아 서비스가 네트워크화되었지만 과거엔 이른바 '쇼'를 했다고 한다. 1990년대만 해도 기계 고장이 잦은 편인데다 A/S 개념이 별로 없었지만 A/S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철저했다는 것. 고 회장은 "옛날엔 업무를 마치고 직원 5명과 밤낮을 안 가리고 서울 등 전국적으로 A/S하러 다녔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화성은 밤새도록 A/S를 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는 것.

하지만 IMF는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위기. 수요가 30% 급감하면서 이 업체도 휘청거렸다. 다행히 1999년부터 실직자들이 대거 세탁업소를 창업하면서 조금씩 사정이 나아졌다. 이 업체는 최근 내수보다 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회장은 "내수는 어느 정도 포화 상태라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성장을 이루기 어려워 현재 일본, 대만, 러시아 등 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생산량의 30% 수준인 수출을 6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 고 회장은 "매출이 과거보다 좀 떨어진 상태인데 수출 다각화를 통해 연매출 70억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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