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너, 너는 나…이신전심 '동명이인'

▲ (사진 위)두 박윤정 씨는 이름뿐만 아니라 취향과 하는 일도 서로 비슷해 옷가게를 공동 창업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진 아래)황기철 자금성대표(오른쪽)와 황기철 호텔제이스 총지배인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사진 위)두 박윤정 씨는 이름뿐만 아니라 취향과 하는 일도 서로 비슷해 옷가게를 공동 창업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진 아래)황기철 자금성대표(오른쪽)와 황기철 호텔제이스 총지배인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인터넷 검색어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보고 자신과 이름이 같은 사람에 관한 신문 기사나 뉴스를 유심히 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는 일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사람을 직접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인터넷에서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는 모임이 활발하다. 카페나 클럽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같은 이름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흔한 이름에서부터 드문 이름, 연예인과 같은 이름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같은 이름으로 첫 인연을 맺어 이제는 든든한 사업 파트너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 동명이인의 사연을 들어봤다.

▶형님·동생사이로

황기철(56) 자금성 대표와 황기철(47) 호텔 제이스 총지배인. 이들은 2년 전 대구관광협회 정기총회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똑같은 이름을 가진 것이 너무 신기했다. 흔한 이름었지만 성은 그다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일에 바빠 자주 연락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대구 관광설명회에서 다시 조우했다. 사람들도 모두 신기해했다. 이름이 같다보니 해프닝도 많았다. 대구에서 칭다오로 가는 비행기 좌석이 바뀌었다. 영문 철자까지 똑같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구로 돌아오는 날은 더 황당했다. 중국 항공사가 영문 철자가 똑같은 것을 보고 중복됐다면서 항공편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황 지배인은 미리 수속을 마친 뒤라 황 대표는 한국에 있는 여행사에 연락해서 다시 비행기편을 예약하느라 진땀을 뺐다. 황 대표는 "중국 땅에서 미아신세가 되는구나라며 아찔했다."고 웃었다. 황 지배인은 "자초지종을 듣고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두사람은 중국에서 돌아온 뒤 일주일에 한두번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이제는 서로 '형님', '동생'이라고 부른다. 황 대표는 황 지배인이 젊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황 대표는 "황 지배인은 안경만 썼을 뿐 체격은 젊었을 때 내 모습과 비슷하다."면서 "나는 다혈질인 반면 동생은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말했다.

황 지배인은 "고향이 충청도라서 대구에는 일가친척이 없다."면서 "대구에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형님을 얻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동생, 이게 보통 인연인가. 가족들끼리도 친하게 지내자고. 내가 곧 자리를 마련할게."(황 대표)

"무슨 말씀입니까. 형님. 동생이 먼저 자리를 마련해야죠."(황 지배인)

▶든든한 동업자로

대구시 서구 중리동 패션아울렛타운 퀸스로드에 있는 여성의류판매점 'ATMARK'의 공동 대표인 박윤정(28), 박윤정(29) 씨.

상인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각각 큰 윤정 씨와 작은 윤정 씨로 불린다.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구미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두 사람은 같은 좌석에 앉았다. 작은 윤정 씨는 통화를 하던 옆 좌석의 여자가 "윤정인데…"라는 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신기해하며 김밥과 음료수를 나눠먹으며 헤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미에서 의류판매직원으로 일하던 작은 윤정 씨는 며칠 뒤 가게에 신입사원이 오는데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바로 기차 안에서 만났던 큰 윤정 씨였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작은 윤정 씨는 "믿어지지가 않아 서로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해봤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옷가게에서 12시간 동안 함께 일하고 같은 원룸을 얻어 생활했다. 큰 윤정 씨는 "원래 남과 같이 못 사는데 윤정이와는 모든게 잘 맞았다."고 웃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식성과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체질도 서로 닮았다.

두 사람은 지난달 의류전문점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친구끼리도 동업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작은 윤정 씨는 "백화점에서 오래 근무했던 언니의 경험과 로드숍에서 일했던 나의 경험을 결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매출도 기대만큼 오르고 있다. 24시간 함께 일하면서 노력한 결과다.

큰 윤정 씨는 "매출을 더 올려서 매장을 점점 늘려나가고 싶다."고 말했고, 작은 윤정 씨는 "언니와 함께 일하고 같은 집에 살면서 항상 함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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