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함을 열어보았습니다. 옷장 한 쪽에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놓은 편지랑 엽서랑 카드 심지어 메모까지 고스란히 모아놓은 상자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철없던 시절 육군 제7176부대 870중대 군사우편 편지도 보이고 고등학교 때 인생상담을 하던 친구의 글귀나 나의 첫사랑 선배를 애인으로 삼아버린 친구가 '인생은 어차피 홀로서기'라며 쓴 얄미운 편짓글까지 물론 그 친구는 그 선배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에 띈 것은 초등학교, 그때는 부계국민학교였어요. 4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2학기 때 대구로 전근을 가시고 나서 저에게 보내주신 편짓글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빛이 바래서 원래는 무슨 색 편지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80년 9월 23일자로 보내진 그 속에는 중도에 전근가신 미안함과 나의 부회장 임명을 축하하셨어요. 그리고 그 전 편지에 경숙이란 친구와 싸웠고 또 화해했다는 소식을 제가 전했는지 착한 어린이들이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네요.
선생님께서 적으신 이름 가운데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친구도 있습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정갈하게 쓰신 선생님의 글 한자 한자에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걱정하신 마음이 그대로 보입니다. 이제는 정년퇴임도 하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내 아이들 만한 손자 손녀도 보셨겠지요. 편지라는 게 이십 팔 년이 다된 지금에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아니 더 깊게 우러나 감동을 주네요. 선생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이십 팔 년 전 대구시 동구 동인3가 232번지 김제우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홍애련(경북 영주시 영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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