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동안 남의 발만 보았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짐작할 정도의 '도사'가 되어있지 않을까.
대구시 중구 향촌동 수제화골목을 찾았다. 45년째 수제화만 만들어 온 조돌암(63) 씨. 주문받은 디자인을 본뜨고 있던 조 씨는 "세상에 똑같은 얼굴이 없듯 똑같은 발을 가진 사람은 없어요."라면서 "발(구두)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짐작할 수는 있어요."라고 말했다.
구두스타일에 따라 평범한 샐러리맨인지, 유흥업소에 다니는 사람인지, 향촌동 주변에 포진한 무도회관을 자주 찾는 춤꾼인지, 혹은 시골사람인지 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모양과 구두스타일뿐 아니라 구두의 마모 정도나 상태에 따라 성격이나 건강까지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화이트칼라의 경우에는 구두가 깨끗하지만 영업활동을 주로 하는 샐러리맨은 상대적으로 긁힌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종종 신발뒤축을 접어서 신기 때문에 빨리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조 씨는 "구두는 그 사람의 얼굴일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책임집니다. 반드시 자신의 발에 맞는 구두를 신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여성들은 관절이 나빠지면서 발모양이 뒤틀어지게 되는데 기성화로는 딱맞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맞춰 신는 게 좋다는 것이다.
조 씨는 "수제화 기술자의 맥이 끊어질 듯하면 일본처럼 그때서야 수제화의 가치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면서 건강을 위해서도 자신의 발에 맞는 구두를 신을 것을 권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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