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김정명 씨. 수십 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한국 야생화 1천600종, 필름으로는 50만 컷을 촬영한 그는 우리 야생화의 매력으로 '강인함'을 꼽았다. 계절간 기온차가 50℃까지 나는 지역은 세계에 두 곳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것. 그래서 우리나라 식물은 어려운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너무나 예쁜 우리 야생화들.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기슭, 아무도 찾지 않는 들판이나 길가에서 묵묵히 자라는 야생화는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한민족을 고스란히 빼닮았다. 그 아름다움은 물론 우리 민족의 심성을 대변해주는 존재이기에 야생화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 팔경(八景)의 하나' '해동 제일의 명산'으로 꼽히는 가야산. 구상나무와 같은 한국 특산식물, 솔나리 등 멸종위기식물, 누운향나무(진백)와 노각나무 등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가야산국립공원엔 소나무 군락이 해발 500~900m까지 고루 분포하고 있다. 특히 해인사로 향하는 길 양 옆에 자라는 소나무 군락은 가야산을 대표하는 경관 중 하나로 유명하다. 해발 900m 이상 지역은 신갈나무군락이 고르게 자리잡고 있다. 또 암석지와 일부 척박지에는 소나무가 1,000m이상까지 분포하고 있다. 바위로 이뤄진 가야산 정상부와 남산제일봉 정상부에는 흰참꽃 군락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1997년 가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앞장서 실시한 가야산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가야산국립공원내 식물은 649종. 하나 하나가 귀하디 귀한 우리 땅의 꽃과 풀, 나무들이다.
그 가운데 가야산 동성봉 일대에서 서식하는 솔나리가 가야산을 대표하는 야생화로 꼽히고 있다. 솔나리는 고산지역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꽃은 7, 8월에 피며 환경부 보호야생식물 6호, 산림청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34호로 지정돼 있다. 국립공원에서는 동성봉 일대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솔나리 보호 및 번식에 힘을 쏟고 있다.
솔나리 외에도 가야산에는 눈여겨볼 만한 야생화들이 매우 많다. 2000년 성주군은 가야산에 분포돼 있는 식물 649종 가운데 야생화 100가지를 선정, '가야산 야생화 100선'이란 책을 펴냈다. 솔나리를 비롯해 얼레지, 물봉선, 잔대, 뻐꾹나리, 개불알꽃(복주머니난), 처녀치마, 으름덩굴, 현호색, 하늘말나리 등이 가야산을 대표하는 야생화로 손꼽히고 있다.
가야산 고산지대의 그늘진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인 얼레지는 봄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다. 솔나리와 마찬가지로 백리향, 태백제비꽃, 흰참꽃, 뻐꾹나리, 개불알꽃 등은 산림청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가야산 야생화들이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 김종화 연구사는 "난대성, 온대성 수종이 같이 서식하는 등 가야산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다."며 "가야산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과 풀은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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