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사 석유 '이젠 배달까지…'

단속 강화되자 전단지 돌리며 판매 열올려…적발 되도 '소액 벌금'

5일 오전 A씨(35·수성구 범물동)는 출근길에 자신의 승용차 차량 유리창에 작은 전단지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명함 2개 크기의 전단지에는 '시너 10분 이내 배달가능'이라는 유사석유 판매 홍보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전단지에는 월 휘발유 소모량에 대한 가격 비교에서부터 유사휘발유를 쓰는 데 따른 절약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뒤 '품질보증' 및 '10분 이내 차고지까지 배달'이란 문구도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게다가 전단지 뒷면에는 '유사석유제품 사용자에게 최고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연말까지 단속 예정', '계측기로 양을 직접 확인해 드림' 등 상세한 설명도 써놓았다.

A씨는 "유사석유 단속이 심해지자 이제는 버젓이 배달까지 해주겠다는 광고물이 판치고 있다."며 "불법 행위는 날고 단속은 기어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용자 처벌'이란 강수까지 두며 유사석유 철퇴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자 업체들이 더욱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유사석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7월 28일부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공포, 유사석유 사용자에게도 과태료를 50만 원에서 최고 3천만 원(가중시)까지 부과하고 나서자 업체들이 배달까지 해주는 불·탈법 영업행위로 단속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

실제 이 업체로 전화를 걸어 배달을 문의해보니 업체 관계자는 "기존의 유사휘발유 업체는 이미 경찰 등에 모두 노출돼 처벌받을 염려가 있지만 (우리는) 아파트 등에 배달만 해주기 때문에 적발될 위험이 전혀 없다."며 "한동안 단속이 심해 배달 문의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하루 평균 수십 건씩 배달을 해주고 있고 지하주차장 등에서 주유하면 들키지도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들 유사석유 배달업체 등에 따르면 비싼 휘발유값 때문에 유사휘발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수위가 '소액벌금형' 정도여서 불법이 숙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유사휘발유 판매로 적발될 경우 판매자에 대해서는 경찰서 고발을 통해 100만~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

실제 다른 유사석유 배달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수백만~수천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는 반면 벌금은 적기 때문에 걸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올 초 1천여 곳에 달하던 유사휘발유 제조, 판매업체가 최근 50% 이상 문을 닫았고,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일부 업체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단속하고 있다."며 "전단지 등을 통해 배달해 주는 신종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도 오는 1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7월 28일 이후 32건의 유사석유 사용자를 적발, 16건에 대해 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나머지 16건은 현재 과태료 부과 중이다. 또 올 들어 9월 말 현재 유사휘발유 판매 단속은 모두 138건으로, 18ℓ 유사석유 2천668통(5천만 원 상당)을 압수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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