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정권교체가 역사의 소명이라고 단언했다. 이 후보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 후보 사무실에서 가진 매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등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 지역주의와 지역 갈등을 뛰어넘는 사회통합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에 대해선 "대운하를 통해 기업여건이 갖춰지면 대기업도 찾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운하 배후에 300만 평의 공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대구·경북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고, 특히 최근 고향(대구·경북)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서울보다 더 높게 나온다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이날 인터뷰에는 이 후보 측의 주호영 비서실 부실장과 이동관 공보실장이 자리했고 매일신문은 정택수 편집국장, 정인열 정치부장, 안상호 사진부장 등이 함께했다.
◆대북문제
-2차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해 달라.
▷남북 정상은 자주 만나는 것이 좋다. 평화정착 무드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평화정착을 통한 경제협력에 앞서 북한의 핵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의 대형 경제협력의 성패는 핵 폐기에 달려 있다. 대기업이 북한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업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 그 여건이라는 것이 북 핵이고, 그 밖이 투자여건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는 다음 정권의 몫이다.
-대북 지원에 대해 한나라당은 '퍼주기'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후보의 대북지원 시각은.
▷퍼주기는 일방적인 도움으로 남과 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경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퍼주기는 쌀이 부족하니까 쌀을 갖다 쓰고 비료가 필요하면 갖다 쓰는 식으로 잠깐잠깐 주사 맞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어야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야 남과 북에 윈-윈이 된다. 제가 말하는 남북경협은 현 정부와 분명 차이가 있다.
◆외교문제
-부시 미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됐다. 4강 외교와 함께 방문계획은 유효한가.
▷야당 대표가 하는 외교의 경우 실수의 가능성이 늘 있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외교는 4강 외교 +자원외교, 경제외교+자원외교다. 앞으로 미국·러시아·중국 등을 가는데 이는 경제·자원외교로 매우 실용적인 외교다. 실용 외교는 필요하면 정상을 만나고 그렇지 않으면 만나지 않아도 된다.
◆정치문제
-60%에 육박하는 지지율 때문에 당 내·외에서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을 걱정한다.
▷올 대선 환경은 2002년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고 국민 의식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만일 2002년도의 국민의 의식이나 환경 같으면 나는 어쩌면 네거티브에서 패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선거를 끝낼 때까지 대세론은 없다. CEO라는 것은 경기가 좋을 때 오히려 더 경계를 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바꾸고 조직을 점검한다. 이런 것이 항상 몸에 배어있다.
-지역 선거대책위원회의 성적표가 내년 공천과 연결된다던데.
▷이번 선거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느냐 안 되느냐, 거기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그런 관점보다는 역사적인 선거다. 국운의 분수령에 있는 만큼 적극 참여 자체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저 역시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후보 당선 이후 당 개혁의 기대감이 높다.
▷여의도식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념, 지역, 계층 갈등을 뛰어넘어 국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국민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위임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인식을 기초로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당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
-향후 박 전 대표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박 전 대표와는 경선 이후 만나 서로 진정성을 확인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박 전 대표와 함께해야 할 역할이 있고, 또 나눠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경선에서 국민에게 보여준 감동을 선거과정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선에서 영남권이 취약했다. 여권에선 영남 분열책으로 영남신당을 띄운다는 설도 있는데.
▷요즘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지역이 대구·경북이다. 한나라당 당원과 지지자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뭉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을 현혹시키는 깜짝쇼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범여권 대책
-범여권이 시끄럽다. 단합이 가능한가?
▷결국은 단합이 되리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누가 되어도 똑같다. 결국은 (범여권의) 정권연장 세력과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세력이 맞붙는다. 민주주의는 실정을 하면 정권을 뺏기고 또다시 찾아오고 이런 과정을 밟는데, 실정하고도 당의 이름을 바꿔서 정치 공학적으로 현 정부와 관계없는 것 같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후진정치다.
-이 후보 네거티브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한 방' 이야기가 나도는데.
▷경선과정에서 이미 자세히 밝혔고 충분히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새롭게 나올 것은 없다.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 공언하는 것 자체가 "보낼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범여권은 대기업 CEO출신인 이 후보가 당선되면 부자만 배 불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장을 이뤄내 이를 바탕으로 분배와 복지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분배와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성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경제심리 회복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기업이 펄펄 뛰게 해 줘야 하며 그 토대 위에서 국내외 투자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기업 CEO 출신인데 노동계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선진화가 매우 중요하다.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고 산업 평화가 깨지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오지 않거나 기존 사업장마저 외국으로 떠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피해보는 계층이 노동자이고 국가 경쟁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 법과 원칙을 일탈하는 노동행위는 단호히 대처함과 동시에 저임금 근로자들의 복지 개선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대운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으론 대운하 인식에 대한 오해도 있다던데.
▷최근 대학에 가서 강의를 했는데, 한 학생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땅을 파면 10년 안에 되겠습니까?"라고 묻더라. 운하라고 하니까 땅을 판다는 생각을 하더라. 깜짝 놀랐다. EU(유럽연합) 2010 백서에 따르면 운하야말로 가장 친환경적 교통수단이라고 돼 있다. 국내에서는 운하를 잘 모르시는 분들과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분들의 경우, 운하는 환경을 파괴한다고 한다. 저는 오히려 환경을 살린다고 보니까 견해가 너무 차이가 난다.
-대운하 재검토 발언 또는 보완설도 제기되는데, 추진에는 변함이 없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반도 대운하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해야 하는 사업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얼마나 반대가 많았는가. "차도 별로 없는 나라에서, 부자들 놀러다니라고 만드느냐?"고 온갖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20년, 30년 앞당겼다. 집권하면 국내·외의 전문 기술자들과 환경 전문가들로 하여금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다.
◆대운하와 대구·경북의 발전 방안
-대구에 대운하가 건설되면 대구·경북이 수혜 지역이 되나.
▷대구·경북은 모든 투자 계획이 중소기업형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대구·경북의 근본적인 구도를 바꾸기 위해선 내륙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륙항과 함께 국가공단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다. 대기업 등 큰 기업들이 제대로 투자를 하려면 국가공단은 약 990ha(약 300만 평)가 돼야 한다.
◆지역 경제 회생 방안
-이 후보는 대구·경북의 낙후를 어떻게 바꿀 생각인지.
▷(저와 대구·경북민은)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이와 관련, 한반도 대운하를 대구·경북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내륙 분지인 대구가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근 도시들과 연결돼 새로운 면모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대구는 과거 대기업 유치를 번번이 실패했다. 대기업 중에 혹시 염두에 둔 대기업이 있나?
▷그런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 그때는 여건이 안 갖춰졌었다. 대구가 빨리 여건을 갖추지 않으면 울산 자동차공장의 납품도시가 돼 버린다.
-대구의 21세기 신성장동력은.
▷한반도 대운하와 연계시키면 대구의 신성장 동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대구 등지에 내항을 건설해 선박들이 해외로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으면 새로운 수출 전진기지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또 내항 지역에 항만 터미널, 보관 시스템 등 새로운 물류 인프라를 조성하면 그에 따른 연관 산업이 생겨날 것이다. 편리해진 물류 기능을 이용해 배후에 첨단 국가공단을 만들고 이에 적합한 차세대 로봇 산업, 지능형 자동차 부품산업이 입주하면 대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자동차 부품이 현재 섬유보다 비중이 더 높다.
▷자동차 경기는 울산 경기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원천기술이 있어야 한다. 울산에서 자동차를 만들면 배가 태화강에 들어와서 바로 싣는다. 배로 실어 나가는데, 만약 지금 대구에서 만들면 어떻게 가져가겠는가. 여건이 안 갖춰지면 절대 기업 유치가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운하가 되면 바로 싣고 나갈 수 있어서 굉장히 큰 기대를 할 수 있다. 하여튼 이번 기회에 대구·경북 경제가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려고 한다.
-대구·구미·포항을 연결하는 광역경제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대구와 구미, 포항을 묶는 광역경제권은 대구·경북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우선 세 도시가 한 시간 내 도달할 수 있는 도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대구의 연구개발, 구미의 전자산업단지, 포항 기계관련 연구소 등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포항과 경주는 이 후보의 과학비즈니스도시 후보지로 적합한 것 아닌가.
▷포항공대의 우수한 연구 인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경주의 방사능폐기장 유치에 따른 수자원공사의 이전과 양성자 가속기 등이 활용되면 에너지 과학도시로서 기반은 잘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동 등 경북 내륙도시의 낙후도가 심각하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내륙지역이 낙후한 것은 인근 도시들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통로의 확충과 정비가 중요하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스포츠이벤트다. 지원의사는 있는가.
▷대구시가 시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유치한 것도 잘 한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가라앉았던 대구 시민들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붙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 대구가 지방 중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중앙과 지방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은데.
▷부동산 관련된 법을 만들 때 기준을 서울에서도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종합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생각 안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현재 지방 주택경기가 죽었다. 경제를 살리고, 서민 바닥 경제가 살려면 주택경기가 적절히 유통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택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견해는.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지방분권을 좀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지방에 권한이 위임돼야 하고 모든 부문에서 규제를 줄여야 한다. 현재 대구가 재정자립도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 재정자립도 문제도 지방분권 측면에서 중앙이 다 쥐고 조금씩 나눠주는 방법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난 당내 경선에서 '아지매'들이 이 후보를 찍었다는데, 미남이라는 말이 있던데.
▷'아지매'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젊은 여학생들도 좋아한다.(일동 웃음) 그런데 시장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지난번 경선 끝나고 서문시장에 갔을 때 좌판을 놓고 장사하시는 분이 3만 원을 들고 선거에 보태쓰라고 하더라. 정말 고맙더라. 그 아주머니 한 분 때문에 서문시장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뀌었다.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구나 경북 경제가 여타 지역에 비해 어렵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선거 때문에 듣기 좋은 공약을 하는 것이 아니고 고향이라서도 아니다. 대구·경북은 다음 정권에서는 근본적으로 반드시 경제가 일어나야 한다. 지난주부터 대구·경북 지지율이 서울보다 높아졌더라. 역시 고향분들이니까 그런 지지를 하는 것 같다.
-아직 포항출신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후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데 포항출신이라는 것이 더 알려지면 지지율이 좀 더 높아질 것이다.(웃음).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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