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김재진 作 '못'

김재진

당신이 내 안에 못 하나 박고 간 뒤

오랫동안 그 못 뺄 수 없었습니다.

덧나는 상처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당신이 남겨놓지 않았기에

말없는 못 하나도 소중해서입니다.

그림의 어원이 '그리움'에서 왔다고? 그러니까 그리움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말씀? 만질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그리움을 영원히 붙잡아 놓기 위해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말씀? 그런가? 하긴 그리움의 대상을 생각하기만 하면 즉각 영상이 떠오르니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랑이 힘든 것은 그리움이라는 병이 거기에 달라붙기 때문이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고요한 마음을 뒤헝클어 놓고 사라지기 때문이지. 그리움이라는 짐승은 얼마나 지독한지 일단 나타났다 하면 머릿속 온갖 생각을 일거에 삼켜버린다.

그런가, 친구여. 자네도 그리움이라는 짐승 때문에 시달려본 적 있었던가. 70년대 동성로 전원다방에서 종일 죽치며 시를 끼적이던 우리 젊은 시절. 뜨거운 피 잠잠해지는 불혹도 저만치 넘은 나이에서 되돌아보거니와 그리움으로 시달렸던 우리의 청춘은 참으로 참혹했고 외로웠고 행복했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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