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즐겨야 성적이 오른다

테니스 스타 이형택 선수가 US 오픈과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16강에 오른 뒤 각종 인터뷰에서 '경기를 즐기게 됐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예전에는 경기 전날이면 신경이 날카로워 다른 사람이 말도 붙이지 못했는데, 이제는 코칭 스태프와 수다를 떨고 대회 중에도 틈틈이 골프를 친다고 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선수도 절정의 기량을 발휘한 후 '게임을 즐겼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스포츠 평론가들은 어릴 때부터 경기를 즐기는 법은 배우지 않고, 결과만 두고 칭찬과 질책이 되풀이되는 강압적 훈련을 받으면 결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시험 점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즐기는 공부 자체가 불가능하다. 부모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간섭하면 저학년 때는 극성스러운 관리와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시험 훈련 덕택에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없고 공부를 즐길 수 없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진다. 기본기가 확실하게 다져져 있고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이나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 순간에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발휘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부담을 가질 때, 선수는 몸이 경직되어 엉뚱한 실수를 하게 되고, 학생은 불안과 초조 때문에 아는 문제도 틀리게 된다.

아이와 처음 산행을 할 때, 빨리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면 다음에는 온갖 핑계를 대며 동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며 나무와 산새, 산짐승과 야생화 등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며, 적절한 고행 끝에 정상에 올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함과 성취감을 맛보게 될 때, 다음에는 더 힘이 든다 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나서게 될 것이다. 공자는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라고 말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즐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교과적인 기본을 되씹고 곱씹어 개념과 원리를 가지고 놀며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시험을 포함해서 그것을 적용하고 응용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울 것이다. 수능시험을 목전에 두고 대부분 수험생들은 문제풀이에 집착한다. 기본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도 소용이 없다. 고득점을 바란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 풀이의 양보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수험생활 자체를 즐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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