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대통령 새 검찰총장 지명 논란

"정권 초엔 임기제 무시하더니"…"대선의 정치적 중립 걱정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23일 임기 만료되는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을 지명할 방침이라고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 자신은 김대중 정권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을 신임하지 못하겠다고 발언해 사표를 내게 해놓고, 차기 정권에서 2년 임기의 대부분을 지낼 검찰총장을 임기제를 빌미로 지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다.

◆권한 행사하겠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임기제 검찰총장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법적으로 임기가 다해 가는 만큼 후임 총장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어진 권한은 끝까지 행사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8일 국회시정연설에서도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할 일을 책임 있게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임기제 부정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하는 36대 검찰총장은 임기 대부분인 1년 9개월을 차기 정권에서 보내게 된다.

노 대통령이 새 검찰총장을 지명하겠다는 것은 '임기제'가 근거다. 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 이 임기제를 부정한 바 있다. 취임 초기인 지난 2003년 3월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김대중 정권에서 구성된 검찰 지휘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발언해 32대인 김각영 검찰총장이 곧바로 사표를 냈다. 대통령이 임기제를 부정한 셈이다.

34대인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로 충돌해 6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참여정부에서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부산 출신인 송광수 총장과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정상명 현 총장 2명이다.

◆대선 기간 검찰 장악 목적?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이나 일부 언론이 대선의 정치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참여정부에서 선거 때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난 적이 없다."며 "새 검찰총장이 임명된다 해도 대선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검찰은 장악하려야 장악도 안 되지만 일부러 검찰 신세를 절대 지지 않았다. 임기 끝내고 살아서 내 발로 걸어나가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고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8일 보도했다.

노 대통령과 천 대변인의 말을 종합하면 대선 기간만이라도 검찰을 장악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검찰총장을 임명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청와대의 움직임을 곱게 보지 않고 있다. 검사 출신인 주성영 의원은 "검찰총장 임기제를 무시했던 노 대통령이 임기제를 이유로 검찰총장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권력형 비리 등 주요 사건 때마다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온 노 대통령이 검찰 신세를 지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소가 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미국 체류 중인 김경준 BBK 전 대표의 송환과 청와대의 새 검찰총장 지명 방침 발표에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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