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직선제가 지난 1988년 첫 시행된 뒤 올해로 꼭 20년을 맞았다.
정부나 재단의 일방적 임명에서 나타난 폐해나 부작용을 극복하고 민주화 흐름에 맞춰 실시된 총장 직선제는 그동안 상당수 대학에 도입돼 정착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직 동원, 향응 제공, 분파 형성 등 직선제로 인한 폐단을 지적하면서 직선제의 보완이나 심지어 간선제, 임명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특히 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에서는 총장 후보자 검증, 직원 및 학생 참여비율 조정, 간선제로의 전환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 대학의 경우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가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계명대, 대구한의대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한다. 대구가톨릭대와 경일대는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한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국공립 및 사립대 200여 개 가운데 교수 또는 직원과 학생이 참여해 총장을 직접 뽑는 직선제를 도입한 대학은 60여 개로 추산된다.
총장 직선제를 도입한 대학은 직선제를 한국사회 민주화 과정의 산물이며, 바람직한 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재단의 일방적 임명으로 파생되는 문제점을 바로잡아 대학 운영의 투명성, 민주성, 자치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교수들은 현행 직선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류진춘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한국사회가 형식적인 민주화가 정착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직선제의 폐해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더 높다."며 "다만 원로 교수나 신임교수가 모두 1표를 행사하거나, 직원과 학생의 참여비율에 관한 문제 등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석균 영남대 교수회 의장은 "현행 직선제에선 친소관계가 중요시되고, 향응 제공과 분열 등으로 인해 검증되고 능력 있는 후보를 뽑기 어렵다."며 "후보검증위원회나 초빙위원회 등을 구성해 선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평 대구대 행정학과 교수는 "총장 선거의 정치화로 패거리문화, 조직싸움 등 폐해가 나오기 때문에 '제한적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총장자격심의위원회 구성 ▷연구 및 교육실적 심사, 공약 점검 등을 통한 공모 ▷자격심의를 거친 후보자 2, 3명에 대한 직선제 투표 등을 제시했다.
직선제 과정에서 직원과 학생들의 투표 참여 및 반영비율의 상향 조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영남대와 대구대는 지난 2005년부터 직원들의 투표반영 비율을 교수 대비 8~13%씩으로 하고, 경북대는 2006년부터 1차 투표에서 직원 10%, 학생 2%씩 반영하고 있다. 대구교대도 올해 처음으로 직원 10%, 학생 2%씩 반영했다.
그러나 상당수 직원과 학생들은 투표 반영비율이 너무 낮아 총장선거 참여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북대 한 직원은 "선진국의 대다수 대학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에 교수, 직원, 총동창회 대표 등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한다."며 "직원들도 대학 구성원의 하나라고 볼 때 직원 투표 반영비율을 교수와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소윤 경북대 총학생회 정책국장은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대학운영의 전반을 책임지는 총장 선거에 한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총장선거에서 학생 반영비율이 적어도 1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직선제로 나타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선제의 보완보다 총장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간선제 또는 임명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영남대 교수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40명 가운데 124명이 직선제를 찬성한 반면 73명은 총장후보 초빙위원회에 의한 선출을, 41명은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 방식에 의한 선출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7.5%가 직선제보다 간선제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영남대 한 교수는 "직선제 20년 동안 교수들 간의 편가르기, 경조사 챙기기, 향응 제공 등으로 인해 선거 뒤 능력있는 총장을 뽑는 것보다는 후유증만 더 컸다."며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 도입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가 이뤄질 경우 국립대의 현행 총·학장 직선제는 총·학장선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로 바뀐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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