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장철문 作 '한밤 갓등 아래'

저 중에는 하루만 살고 가는 것들

그냥

아하, 이게 사는 거구나 하고 가는 것들

사는 게 그저

알에서 무덤으로 이사 가는 것인

그런 것들

불빛의 반경 안에서

어지럽게 원을 그리는

도무지 뭐랄 수도 없는 것들

이 마음에는 순간만 살고 가는 것들

너무나 빨라서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 존재를 알리는 것들

그저 잉잉거리다 마는 것들

사라진 뒤에야

그 잔상이나 남기고 가는 것들

그마저 거두어지는.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행위가 숨을 들이마시는 일. 저세상으로 가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행위가 들이마셨던 숨을 내쉬는 일이다. 요컨대 숱한 사건의 집적체인 한 인간의 생애를 요약하자면 오직 호(呼)와 흡(吸), 한 단어로 집약된다는 것.

그 한 호흡 속에 잠시 피었다 스러지는 우리의 삶. 문득 돌아보면 도무지 뭐랄 수도 없는 것들, 순간만 살고 가는 것들, 잔상이나 남기고 가는 것들, 아하, 이게 사는 거구나 하고 가는 것들……. 그렇다. 때로 보잘것없는 하루살이 같은 것들의 잉잉거림이 천둥소리로 가슴을 치는 날이 있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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