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유통 약에 '건강' 맡기나요?

발기부전·고혈압 치료제…약국 이외 판매 대부분 가짜

건설업을 하는 김모(50) 씨는 며칠 전 유흥주점에서 '특별 서비스'를 받았다. 술집 종업원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2알을 선물한 것. 그렇지 않아도 비아그라를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었는데, 병원을 찾아가기가 부끄러워 마음뿐이었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들이 약국이 아닌 곳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다. 불법 유통되는 약은 대부분 가짜. 가짜 약은 유효 성분이 전혀 없거나 성분이 있어도 함량이 부족하거나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이런 약들은 부작용이 있거나 자칫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약국 아닌 곳에서 파는 약은 가짜

가짜 약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거래된다. 미국에 온라인 서버 및 영업사무소를 두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발기부전 치료제를 유통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 불법 판매자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운영하는 식으로 약을 팔고 있다. 일부는 성인사이트와 연계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혈압치료제인 '자니딥'의 가짜 제품이 약국에까지 유통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고혈압약을 처방, 조제하는 의사와 약사는 물론 고혈압 환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짜 약 유통 단속 건수는 연간 70여 건으로,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가짜 약 유통이 많은 국가란 오명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약의 대부분은 발기부전이나 고혈압 치료제들이며,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 무허가 업체에서 제조된 것들이다.

최민 대구시약사회 부회장은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약국으로 들어오는 약이 아니라면 가짜 약이라고 봐야한다."며 "가짜 약은 대부분 밀수나 점조직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가짜 약은 약국에서 파는 정품보다 싸다. 약국이 제약도매상으로부터 구입하는 비아그라 100㎎짜리 정품 1알은 보통 1만 3천 원. 약국은 보통 여기에 몇천 원의 마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다. 반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가짜 비아그라는 1만 원 미만이다.

◆가짜 약과의 전쟁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가짜 약은 단연 비아그라이다. 그래서 비아그라 판매사인 화이자의 가짜와의 사투는 치열하다. 화이자는 가짜 약 추방을 위해 전직 연방 수사요원 출신 45명으로 글로벌 보안팀을 구성해 전 세계에서 활동시키고 있다. 이들은 의심스러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비밀리에 약품을 구입하기도 하면서 가짜 약 제조 및 판매의 증거들을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스팸메일을 사용해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한 인터넷 사이트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정품과 가짜 약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품의 용량이나 포장방식을 바꾸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를 판매하는 한국릴리는 지난해 가짜 약이 시중에 유통되자 제품 포장을 변경했다. 이 업체는 약 포장에 새로운 홀로그램 로고가 있는 타원형 스티커를 부착했으며, 약 상자의 양쪽 입구는 뗀 흔적이 남도록 특수스티커로 봉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짜 약 추방을 위해 정보통신부, 경찰청과 협조해 가짜 약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감시하고 수시로 가짜 약을 만들거나 판다고 의심되는 곳을 단속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재래시장을 단속한 결과 66건의 불법 약품 유통 사례를 적발했다. 정은섭 식품의약품안전청 정책홍보팀 서기관은 "가짜 약은 유효 성분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그 함량이 균일하지 않아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인용해 가짜 약의 부작용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매년 20만 명 이상이 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아그라 정품 구별법

*정품은 포장박스 및 알루미늄 포장의 '화이자' 로고 색상이 변한다.

*최소 포장 단위는 2정 알루미늄 포장이다.

*박스 포장단위는 8정이다.(2정 알루미늄 포장X4개)

*국내에서 유통되는 낱알 또는 병 포장은 정품이 아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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