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왔노라 보였노라 뭉쳤노라"…동성로에 속옷거리

20,30대 커플손님 많아…속옷, 구석서 고르라고? 밖으로 당당히 보여줘

"더 이상 안에 머물기 싫다."

예전엔 마냥 감추기만 해왔던 속옷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이나 패션몰 한 구석에 자리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속옷 가게들이 거리로 몰려 나오고 있는 것.

이는 자신을 당당하게 내보이고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려는 젊은이들이 속옷을 막힌 공간에서 구입하기보다는 열린 공간에서 취향대로 선택하겠다는 조류가 확산된 때문이다.

대구의 패션 1번지인 동성로에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 '속옷 거리'. 이젠 도심의 명소가 됐다. 대구 중구 삼덕동 김&송성형외과의원에서 동쪽 삼덕119안전센터까지 300m에 이르는 거리를 두고 젊은이들은 '속옷 거리' 또는 '언더웨어 로드'라 일컫는다. 주변을 합해 모두 20여 개의 속옷가게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몇년 전만 해도 한 두 개에 그쳤으나 지난해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신규 오픈을 위해 인테리어작업을 하는 곳도 여러 개에 이른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특정거리로 소문난 곳에 입점하면 간접적인 광고효과와 함께 매출신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용 브레지어와 팬티, 남성용 속옷만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이들 속옷가게는 행인들의 볼거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속옷 색상이 기존 흑백에서 벗어나 빨강·노랑·초록·파랑 등 원색에다 알록달록한 색까지 다양한 색상으로 눈길을 끄는 가 하면, 디자인도 젊은층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점포는 아예 여성용 브레지어와 팬티 등을 가게 앞 좌판에 진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가 하면 일부 점포는 팬티에 이름을 새겨준다는 문구까지 내걸고 있다.

이곳 속옷가게 취급 제품의 경우 국산을 비롯, 일본·유럽산 등 다양하지만 핑크·섹시쿠기·예스·바디팝스·우먼시크리트 등 상호만 봐도 젊은이들이 즐겨찾고, 또 이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대생 이모(21) 씨는 "지난달 이곳의 한 가게에 들러 남자친구로부터 생일 선물로 속옷을 받고, 커플 팬티를 선물해 줬다."면서 "또래들 사이에서는 속옷 구매가 하나의 이벤트로 존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게 판매원은 "이곳을 찾는 소비자는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으로, 연인들이 함께 들어와 서로 속옷을 골라주는 가 하면 커플속옷을 입는 경우도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속옷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뒤 매출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레노마짐 최선미 씨는 "5년 전 이곳에 문을 연 이후 주변으로 속옷가게가 점차 늘어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탓인지 매출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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